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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만 산다. 내일만 사는 놈들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영화 '아저씨'의 명대사다. 오늘을 사는 사람은 간절하다. 내일의 헛된 희망보다 지금 발 딛고 선 현재에 대한 믿음 하나로 산다.
성지혜는 오늘을 사는 선수다. 두살 터울 오빠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자랐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은 딸에게 '천재적인 유전자'를 유산으로 남겼다. 대구 태전초등학교 2학년 때 체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운암중 진학 이후 줄곧 태릉선수촌에서 살다시피 했다. 소년체전 메달을 휩쓸었다. 올해 대구체고에 진학한 후 첫 전국체전에서 여자체조 5관왕에 올랐다. 쟁쟁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제치고, 여자체조 사상 최초로 체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1등을 밥먹듯이 하는 소녀는 모두가 꿈꾸는 시상대 꼭대기에서도 활짝 웃는 법이 없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그랬다. "기뻐요"라고 답하는 그녀의 눈은 웃지 않았다. 치열하고 고단한 하루를 사는 어린 선수는 매일 자신의 미션을 또박또박 이행할 따름이다.
스스로를 독하게 지켜내야 하는 열여섯 성지혜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때로 자신을 향해 손 내미는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운다. 선수라면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열광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경기결과에 우쭐할 일도, 기죽을 일도 없다. 직설적이다. 정곡을 찌른다. 그녀의 체조 스타일도 '스트레이트'하다. 깔끔하고 대차다. 군더더기가 없다. 10대라고 믿을 수 없을만큼 냉정하다. 난도 점수는 중국 일본 에이스들에게 밀렸지만, 실수 없는 침착한 연기로 실점을 기어이 만회했다.
김대원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성지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고3이 된다. 나이나 기량면에서 황금기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2위는 고무적이다. 내년 시즌 시니어가 되는 '기대주' 윤나래(15·대구 운암중)와 함께 여자체조 드림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을 사는 성지혜는 현재에 충실한 선수다. 오늘을 사는 절박함이 내일의 희망가가 될 수 있기를. 100%의 현재가 모여 100%의 미래를 만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