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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기성용과 맞대결? 그 놈이 날 깔까봐 걱정"

기사입력 2012-11-14 09:56 | 최종수정 2012-11-14 10:33

어퍼컷11호표지-박지성(1P)

"팀이 강등된다면?" "기성용과 중앙에서 맞붙는다면?" "K리그에서 은퇴할 생각은?"

'영원한 캡틴' 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이 지난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퍼컷'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주장으로서 갖는 책임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추억, 대표팀 은퇴 번복 가능성, 그리고 현역 은퇴 시점 등에 대해 얘기했다.

10월 말 인터뷰 이후 팀 성적 저하, 무릎 부상 등 여러가지 상황 변화가 있지만 박지성의 진솔한 속마음은 현 시점에서도 충분히 음미해 볼만하다. 어퍼컷의 양해를 얻어 주요 부분을 전제한다.

─전 소속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과 맨유는 리그 최강팀이었고, QPR은 첫 승도 쉽지 않은 팀이라 스트레스가 무척 많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죠.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이니까. 새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고 팀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이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리미어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능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얼마나 첫 승을 빨리 하느냐. 그리고 첫 승을 토대로 자신감을 찾고 경기를 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첫 승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첫 승을 못한 데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측면을 보려고요.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성향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 사실 QPR이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비슷비슷한 팀을 만나면서 흐트러진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도 경험인거죠.

─현지 일부 언론에선 '주장 책임론'을 제기했어요.


아무래도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더 많아졌죠. 맨유 시절엔 많은 선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그걸 잘하기만 하면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되죠. 이제는 주장이라는 역할이 더해지면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하나로 뭉쳐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자극을 줘야 하고요. 제가 가진 경험을 선수들과 공유하면서 좀 더 팀을 발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것도 주장의 역할이죠. 저만 생각할 수 없고 팀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이적할 때부터 강등권 싸움을 예상했나요?

생갭다 힘들게 출발했어요. 시즌 전만해도 잔류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잔류를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만에 하나 2부리그로 강등되면 어떡하죠?

일단은 그 상황이 돼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박지성3
─맨유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에요?

저에게는 마지막 리그 우승(2010~2011 시즌)이 기억에 가장 남는 것 같아요. 제가 만족할 시즌을 보냈고, 게다가 리버풀을 제치고 맨유가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19회)을 거둔 팀으로 남는 트로피였기 때문에, 저에게는 그게 가장 큰 거 같아요.

─이영표 선수와 손을 잡는 장면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던 것 같은데.(2006년 4월 17일 토트넘전에서 박지성은 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득점을 도왔다. 이후 경기중 박지성이 이영표의 손을 잡는 '애잔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건 정말 사진이, 인상 깊게 잘 찍힌 사진이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게 큰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고요. 저도 그 사진을 보면 '아 정말 팬들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을 너무 잘 찍었어요. 사실 영표 형으로서는 가슴 아픈 사진이 아닐까요.(웃음)

─이제 스완지시티전 때 중앙에서 기성용과 맞붙어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이 하겠죠.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걱정은 그 놈이 날 깔까봐.(일동 폭소)

─2012년 올림픽 황금세대를 박지성 선수가 한 2년 동안 가이드해줄 수 있을까요?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말이죠.

일단 지금 올림픽 대표팀의 많은 선수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멤버에 들어갈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요. 이전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왔고, 또 이미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도 있어요. 굳이 제가 조언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몇몇 축구 전문가 사이에선 '복귀 명분이 무르익고 있다'고 하거든요. 맨유를 떠남으로서 소집 부담감을 해소했다든지, 혹시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을 지휘할 경우 복귀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 거라든지.

그런 시나리오들이 있었군요. 제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건 맨유라는 클럽에 있었기 때문은 아니에요. 저의 몸 상태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리그나, 또 앞으로 대표팀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는 부분들을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죠. 월드컵은 한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가 나가는 무대예요. 근데 과연 제가 2014년까지 지금의 이런 스케줄로 현재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수가 내 자리를 대신해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그 선수에게나 한국 대표팀 모두에게 좋다고 봐요. 처음에는 '박지성이 없어서' '이영표가 없어서'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월드컵 최종 예선에 들어가서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펼치니까 그런 얘기가 없어졌잖아요. 저는 지금 제가 2014년 월드컵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대표팀이 저를 필요로 할 거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대표팀 복귀에 대한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2011년 8월에 대표팀이 한-일전에서 0대3으로 패했는데 그때 인터넷 검색어에 박지성 선수의 이름이 올라온 거 알아요?

그 경기 끝나고 복귀론이 많이 나왔다는 건 얘기를 들어서 알았어요. 아마 제가 대표팀은퇴(2011년 1월 31일)하고 나서 6개월인가 7개월 만에 열린 경기였죠. 저 역시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단지 그 한 경기만의 실수라 생각했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믿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에게 고맙죠. (한-일전 이후)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현재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그 이후로 복귀론은 없어졌고요. 팀이 계속 이기면 그런 얘기들이 안 나오는 거죠.(웃음)그래서 가끔 어린 선수들한테 농담으로 "너희들이 경기를 잘해야 내 복귀론이 안 나온다"는 얘기를 하곤 했죠.

─PSV로 이적할 때 전 소속팀이었던 J-리그 교토 퍼플 상가의 구단주가 은퇴 전 마지막은 교토에서 뛰어달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죠. "박지성이 절름발이가 돼서 돌아와도 받아주겠다"고. 과연 은퇴는 어떤 리그, 어떤 팀에서 하게 될까요.

개인적으론 유럽에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그게 이뤄질지는 모르는 거죠.

─상징적으로 K-리그에서 한 시즌 정도라도 뛸 생각은 없나요.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실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제가 그 나이에 K-리그 가서 좋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 클럽에 갔을 때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도 못하는데 단지 박지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경기를 나갈 생각은 없거든요. K-리그에서 뛰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유럽에서 마무리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은퇴의 모습이 아닐까 해요.<스포츠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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