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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색 염색한 이근호, 프로 무대 첫 우승에 도전하는 자세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1-07 17:52 | 최종수정 2012-11-08 09:17


이근호(왼쪽).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근호(27·울산)는 이름값만 따졌을 때 적어도 프로 무대에서 2~3차례 우승 경험이 있을 법한 선수다. 그러나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우승 트로피에 단 한 번도 입맞춰본 적이 없다. 2006년 R-리그(2군 리그) 우승이 전부다. 2010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 시절에도 나고야 그램퍼스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근호는 "개인적으로 프로 무대 우승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남은 축구 인생에서 K-리그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 도전은 일생일대의 기회다. 또 다른 이유들도 이근호의 우승 욕심을 채찍질하고 있다. 이근호는 내년 상무 축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다. 향후 2년간은 다시 우승의 꿈을 꿀 수 없다. 상무는 내년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다. 2014년 1부 리그로 승격돼도 전력상 우승은 힘들다.

김호곤 울산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김 감독은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이근호를 K-리그에 복귀시켜준 은인이다. 이근호는 국내 팀으로 돌아와야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 소속구단인 일본 감바 오사카에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은 자신이 부담했지만, J-리그 진출 전 소속 팀이었던 대구에 지불해야 할 이적료 15억원은 울산이 부담했다. 선수와 현금을 내주는 조건으로 해결했다. 또 김 감독은 이근호를 친아들처럼 챙겼다. 이근호는 "감독님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군입대 전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머리도 노란색에서 진홍색으로 새로 염색했다. 상대가 사우디 팀이라는 것에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중동 킬러'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A매치 15골 중 10골을 중동 국가를 상대로 기록했다. 특히 사우디만 만나면 더 힘을 냈다. 2008년 11월 사우디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9년간 이어져오던 사우디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다. 이번 시즌 알힐랄(사우디)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원정 경기에서도 1골-2도움으로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근호는 "솔직히 자만은 아니고 자신있다. 중동 팀의 장단점을 알고 있다"며 "영상을 보면 잘 한다는 느낌이 있지만 막상 뛰어보면 그렇지 않다. 압박이 덜하고 공간이 많다. 이 부분을 잘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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