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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라운드, 유쾌한 스토리 한편이 씌어졌다.
포항전 후반 36분 보란듯이 한지호의 쐐기골이 작렬했다. 역습 상황, 이종원이 페널티박스 정면의 방승환에게 볼을 연결하는 순간 빈공간으로 전광석화처럼 뛰어들었다.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든 순간, 공이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원샷원킬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4분 박종우의 선제골과 한지호의 추가골로 부산은 2대0으로 승리했다. FA컵 우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챔피언 포항을 상대로, 그것도 원정에서 완승했다. 지난 8월18일 강원전 이후 7경기에서 3무4패였다. 무려 8경기만에 승리다. 스플릿리그 개시 이후 그토록 고대하던 첫승은 험난했던 만큼 짜릿했다.
한지호는 "포항의 '도발'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속으로 '이런 날, 골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애 공개 후 "죄송하면 포항전 골!"이라던 팬들의 엄포성 코멘트를 떠올렸다. 기어이 '속죄포(?)'를 쏘아올렸다. "막상 골을 넣고 나니 고소하더라"며 웃었다.
'꽃미남'이 즐비한 부산 '아이돌파크'에서의 기여도를 물었다. "30% 정도?" 나머지 70%는 임상협, 박종우 등 다른 선수들의 몫이란다. "요즘은 아무래도 종우가 대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인기도는 클럽하우스에 답지하는 선물의 개수와 그라운드의 비명 데시벨로 판가름난다. 뜨거운 이슈가 됐던 열애공개에 대해 "후회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간식 선물이 줄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가을밤, 소녀팬들은 한지호의 골 소식에 뜨겁게 열광했다. 한결같았다. 한지호의 골은 소녀들 사이에 '연애도 축구도 잘한다 골'로 명명됐다. '부산은 사랑♡입니다'라는 댓글 릴레이가 이어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