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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킬패스'는 실종됐다. 상대가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뻥', '뻥', '뻥축구'로 일관했다. 수비는 세트피스에서 또 무너졌다.
수적 우세 왜 활용하지 못했나
결전을 이틀 앞둔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섀도 스트라이커에 손흥민과 오른쪽 날개에 이청용을 선발로 투입할 것을 암시했다.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도였다. 하루 전 전술이 바뀌었다. 손흥민 자리에는 힘과 높이가 뛰어난 1m96의 장신 김신욱을 내세웠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대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그림이었다. 또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주면 박주영이 해결하는 공격 패턴을 염두에 뒀다. 이청용 자리에는 이근호였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다. 10만명을 수용하는 아자디스타디움은 고지대인 해발 1273m에 위치해 있다. 체력과 고지대 적응은 직결된다. 이청용은 긴 부상 터널을 뚫고 지난달 우즈벡전에서 A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0분 교체됐다. 최근 소속팀 주전에서 밀려 90분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후반을 고려한 포석이었다.
그라운드는 생물이다.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강팀은 팔색조처럼 변신하며 골문을 노린다. 이란전에서 벤치의 해법 제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패싱력이 뛰어난 하대성을 후반 32분 교체투입했다. 그러나 흐름을 잃은 상태라 영향력은 미미했다. 분명 11대10의 싸움이었지만, 수적 우세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박주영의 침묵, 최강희의 고민
최 감독은 이란전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애제자' 이동국을 제외하고, 박주영의 세상을 열어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 임대이적 후 그는 두 경기 만이었던 지난달 23일 헤타페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날아올랐다. 셀타비고의 주포로 거듭나면서 경기감각을 끌어 올렸다. 최 감독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침묵했다. 3차예선 5경기서 6골을 터뜨린 절정의 골감각은 부활하지 않았다.
문제는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점이다. 섀도 스트라이커 김신욱과의 호흡은 낙제점이었다. 상대의 집중견제를 피하기 위해 미드필드와 좌우측으로 쉴새없이 진출했지만 '고립무원'이었다.
박주영 뿐이 아니다. 예리한 킥력을 자랑하는 기성용을 제외하고, 함부르크의 손흥민, 볼턴의 이청용, 카디프시티의 김보경이 동반 부진했다. 최 감독은 고민에 휩싸였다. 현재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공격자원은 이동국 정도다.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이란 원정에서 제외되기는 했으나, 이동국에 대한 최 감독의 애정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동국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은 없다. 주변 자원이 좋아야 한다. 최강희호의 현주소는 공격라인의 동반침체다. 소폭의 인적 변화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또 세트피스에 당하다
세트피스는 가장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수단이다. 수비시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초래한다. 그러나 또 당했다. 지난달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벡전 2골에 이어 이날 이란전의 1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온 실점이었다. 후반 30분이었다. 데자가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테이무리안이 발을 갖다대 뒤로 흘렸고, 네쿠남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 했다. 우즈벡전은 2골 모두 코너킥이었고, 이날은 프리킥이었다. 세트피스에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맨투맨 수비에서 자기가 맡은 선수는 철저하게 해결해야 한다. 세트피스 수비는 또 숙제로 남았다.
반면 한국은 기성용의 킥을 앞세워 수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골대 불운에 울었다. 세트피스가 최강희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란 '더티 축구'에 휘말려
패자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 했다. 홈텃세에 살인적인 태클, 이란은 승리를 위해 명예를 버렸다. 이란의 거친 플레이는 역시 악명이 높았다. 시종 태극전사들에게 위해를 가했다. '할리우드 액션'도 난무했다. 축구가 아닌 격투기에 가까웠다. 후반 30분 네쿠남이 골을 넣은 후에는 지연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마저 주심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래도 극복해야 하는 건 대표팀의 몫이었다. 결국 이란의 '더티 축구'에 휘말린 건 실책이었다. 태극전사들은 10만명의 광적인 응원에다 산만한 그라운드 상황에 위축됐다. 중심을 잡지 못했다. 평점심을 잃을 경우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없다. 새로운 정신 무장도 절실히 요구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