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원정의 악연은 계속됐다. 38년 만의 첫 승리를 노렸지만,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이란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던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미드필드를 장악하면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김신욱의 2선 포스트 플레이와 전방 압박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수 차례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반 28분 김신욱의 헤딩패스를 받은 김보경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고, 전반 34분 김신욱의 헤딩슛과 박주영의 오른발슛이 이어졌으나 수비수가 걷어내는 등 골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종료 직전 공격에 가담한 곽태휘의 헤딩슛마저 크로스바에 맞으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등 불운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후반 8분 김보경을 빼고 손흥민(함부르크)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전반전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쇼자에이가 후반 10분 오범석에 백태클을 하다 또 경고를 받아 퇴장 당하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후반 23분 이근호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이란의 골문은 좀처럼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후반 24분 이근호 대신 이청용(볼턴)까지 나서면서 한국은 공격의 속도를 더 높였다. 하지만 후반 30분 한국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쪽 오른쪽 측면에서 전개된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아슈칸 데자가(풀럼)의 크로스를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트렉토르 사지)이 문전 중앙에서 오른발로 살짝 밀었고, 이를 네쿠남이 오른발슛으로 마무리하면서 이란에 리드를 내주는 위기 상황이 전개됐다. 다급해진 한국은 후반 32분 박종우 대신 하대성(서울)이 투입되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이란은 후반 37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뒤 수비적으로 일관, 결국 점수차를 좁히지 못한채 경기를 마무리 했다.
최종예선 첫 패배를 당한 한국은 승점 7(득실차 +5)에 머무르면서 이란(승점 7·득실차 +1)에 턱밑까지 추격 당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우즈베키스탄(승점 5)이 카타르(승점 4)를 꺾고 3위로 올라섰고, 경기를 치르지 않은 레바논이 승점 4를 마크하고 있는 등, A조의 순위싸움은 혼전양상이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