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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의 영웅' 박희도, 데얀과 '폭풍 댄스' 춘 이유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08 10:01


프로축구 서울과 경남의 경기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박희도가 전반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데얀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상암=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07/

감독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난세에 영웅이 나왔다. 본인이 성실하게 훈련한 덕분이다. 정말 중요한 한 경기였다. 승점 3점-1점-0점, 숫자가 중요한 시점에서 딱 한 번의 찬스에서 행운을 가져왔다. 앞으로 그 친구가 자신감을 가지 않을까 싶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서울은 위기였다. 3일 수원에 0대1로 무릎을 꿇으며 최근 5연승의 상승세가 꺾였다. 수원전 7연패는 충격이었다. 후유증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선두 자리가 위태로웠다. '난세의 영웅'은 박희도(26)였다. 박희도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5라운드(스플릿 5라운드)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이적 후 첫 골이자 올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트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올시즌 부산에서 서울로 이적했다.

귀중한 승점 3점이었다. 1위 자리는 더 공고해졌다. 이날 2위 전북은 포항에 0대3으로 완패했다. 서울은 승점 76점을 기록, 전북(승점 69)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다.

박희도는 2008년 부산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 2009년 35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지난해 안익수 부산 감독의 눈밖에 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최 감독이 눈돌을 들였고, 영입에 성공했다.

선수층이 두터운 서울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를 탔다. 시즌 초반 간간이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경남과의 경기 전까지 12경기에 출전(선발 5경기, 교체 7경기), 1도움에 불과했다. 수원전에서 에스쿠데로와 최태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경남전에서 그는 단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출했다. 전반 30분이었다. 몰리나가 프리킥으로 크로스한 볼을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박희도는 공을 최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님이 경기 전에 전화하셔서 부담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셨다. 전반 초반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실수도 많았다. 교체될 줄 알았는데 계속 기회를 주시더라. 골을 넣을 것을 믿고 기회를 주신 것 같다."

그는 이 날을 기다렸다. 박희도는 "태욱이형이나 세르(에스쿠데로)가 너무 잘 해서 그 동안 경기에 못 나왔지만 계속 몸을 만들어 왔다"며 "부담감이 있지만 덜어내겠다. 형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항상 경기장에서 한 발 더 뛴다는 마음으로 나 자신보단 팀에 도움이 되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도는 골을 터트린 후 데얀과 함께 폭풍 댄스로 자축했다. 그는 "원래 데얀이 골을 넣으면 나에게 달려오겠다고 같이 춤을 추자고 했다. 내가 넣으니까 따라오며 '댄스 댄스'하더라. 그래서 같이 춤을 췄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제2의 축구 인생을 연 서울에선 어떨까. "이제 행복하다." 박희도는 새로운 탈출구를 열었고, 서울도 춤을 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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