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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수비수에 울고 웃는 김호곤 "융통성없는 경찰청" 개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9-24 09:30



최근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융통성없는 경찰청축구단에 개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중앙 수비수 이재성(24)이 무리한 경찰청 입단 테스트에 쓰러졌다. 오른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전날 경기를 뛰고 이미 기량이 검증된 대표급 선수를 데려다가 무리한 테스트를 할 이유가 있는가. 배려도 없고 자신들이 쓰겠다고 한 선수조차 보호를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한탄했다.

이재성은 19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1대0 승)에서 11분을 뛰었다. 이재성과 함께 경찰청 입단 테스트를 받은 이근호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둘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입단 테스트가 열린 경기도 용인으로 이동해야 했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오전 9시부터 테스트에 참여했다. 100m, 1500m 달리기, 연습경기, 면접 등이 테스트 과제였다. 그러나 이재성과 이근호는 전날 경기에 대한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가진 테스트였던 터라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재성은 연습경기에서 풀타임을, 이근호는 45분만 뛰었다.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경찰청도 일정 부분을 배려하긴 했다. 당초 테스트 날짜가 챔피언스리그 당일과 겹쳤다. 울산의 요청으로 이재성과 이근호는 20일 테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상주 상무가 2부 리그로 강제 강등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불안감을 느낀 선수들이 경찰청 입단으로 급선회했다. 예상보다 지원자가 늘어났다. 이틀로 나눠 테스트가 실시됐다. 그러나 경찰청과 울산은 '윈-윈'하는데 실패했다. 최근 해외파들이 늘어나고 상무 입단 시기를 놓친 스타 플레이어들이 경찰청 문을 두드리면서 경찰청은 초호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내년시즌 프로 2부 리그 진출을 노리면서 전력 보강이 더 절실했다. 그러나 좋은 수비자원을 잃게 됐다.


이재성(오른쪽). 사진제공=울산 현대
막대한 피해를 본 건 울산도 마찬가지다. 울산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아직 어느 대회에서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대회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승렬 최성환 하피냐 등을 영입해 공수력을 보강했다. 그런데 중앙 수비수인 최성환이 무릎 부상을 당했고, 이재성마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순식간에 중앙 수비수난에 빠졌다. 김 감독은 "중앙 수비수는 신장과 스피드가 좋아야 한다. 현재로선 대체 선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풀백도 중앙 수비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10일 상무에서 전역한 김치곤이 전력에 가세했다는 것이다. 김치곤은 말년 휴가부터 울산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재성의 부상으로 예상보다 빨리 경기에 투입됐다. 23일 부산전에서 후반 40분 강민수와 교체될 때까지 85분을 소화했다. 투지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점인 공중볼 장악과 몸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전후반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첫 경기치곤 잘 뛰어줬다. 후반 교체된 것은 근육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달 만에 경기를 뛴 것을 감안하면 괜찮았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의 고민을 조금 더 덜어줄 수 있었던 선수가 강민수였다. 강민수는 부산에 1-2로 뒤진 경기종료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패배의 수렁에서 팀을 건져냈다. 올시즌 풀백 변신에 성공했던 강민수는 또 다시 원래 포지션인 중앙에서 곽태휘와 '철퇴수비'를 담당할 희망이 됐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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