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레알 vs 맨시티, '여기'에서 갈렸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09-19 15:50



각 리그 챔피언들이 한데 모인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지난해 리그 우승은 차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쉬움만 남겼던 팀들의 집합소인지라 이번 조별 예선 첫 경기부터 무척이나 욕심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조다. 그 중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경기는 5골이나 터지는 난타전으로 이어졌고, 그 중 총 35개의 슈팅을 날린 홈 팀 레알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두 팀의 승부는 어디에서 갈렸을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단연 '맨시티의 오른쪽 측면 수비 진영'이었다.

맨시티의 전반전은 올 시즌 들어 치른 경기 중 가장 조심스러워 보였다. 조별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떨쳐내기엔 이번 시즌 역시 조 편성이 만만치 않다 보니 예선 한 경기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선수들 대다수가 맨시티 진영으로 내려앉았고, 야야 투레가 어마어마한 피지컬로 들소같이 드리블을 치고 나온 것 외엔 인상적인 공격 장면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경기는 웅크린 맨시티, 두드리는 레알의 양상으로 이어졌다.

그랬던 맨시티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 건 후반 초반.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친 맨시티는 오른쪽 측면 수비 마이콘이 슬금슬금 앞으로 나와 중앙선 윗동네를 밟는 시간이 늘려가면서 공격 지원을 늘려갔다. 승리에 대한 맨시티의 집념이자 의지로 해석해볼 법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것이 잘 유지해온 팀 밸런스를 붕괴시키며 맨시티를 흔들어 놓은 결정적 요소가 되지는 않았나 싶다. 올라간 마이콘 뒷공간으로 레알의 볼이 투입되기 시작했고, 이 진영에서 호날두와 마르셀로, 그리고 원톱 이과인이 볼을 잡는 횟수는 늘어났다.

왼쪽 진영은 레알 아르벨로아의 오버래핑이 그리 날카롭지 않았으며, 디 마리아 역시 콜라로프와 클리쉬의 적절한 견제로 잠잠하게 만들 수 있었으나, 오른쪽 진영은 얘기가 달랐다. 마르셀로는 공격수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선을 계속 유지해나갔고, 여기에 호날두가 힘을 더했다. 마이콘을 대신한 사발레타 역시 높은 선을 유지했고, 측면 미드필더의 적절한 수비 분담을 받지 못한 이곳에서 맨시티는 심각한 수적 열세에 부딪히곤 했다. 중앙 수비 콤파니와 중앙 미드필더 가르시아의 커버 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마르셀로의 첫 번째 골, 호날두의 세 번째 골 모두 이 진영에서 터졌고, 이것이 곧 선제골을 터뜨리며 큰 기대를 모았던 맨시티의 베르나베우 원정을 망쳐놓았다. 레알 선수들이 침투한 뒤, 부랴부랴 위치를 옮겨 커버 플레이를 들어간 맨시티의 수비 템포는 느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슈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 두껍게 쌓은 수비를 바탕으로 레알의 허를 찌르며 원정에서 두 골이나 얻어낸 건 훌륭했으나, 다 잡은 승점을 눈앞에서 놓친 맨시티로선 그저 아쉬울 경기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