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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데뷔, 에이스 가능성 보여준 스완지 '키(Ki)'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02 17:25



팀 훈련에 합류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발을 맞춘 것처럼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그의 클래스였다. 15분여의 짧은 리그 데뷔전. 남긴 여운은 강했다.

기성용(23·스완지시티)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했다. 기성용은 2일(한국시각) 영국 웨일스 스완지시티의 리버티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라운드 선덜랜드전에 후반 33분 교체 출전하며 리그 첫 선을 보였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팀도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투입시점과 15분간 보인 활약만으로도 장밋빛 미래가 보였다.

먼저 기성용의 투입 시점을 살펴보자. 자칫하면 기성용의 데뷔전이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 속출했다. 전반 20분만에 왼쪽 풀백 타일러가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으로 교체됐다. 기성용은 후반 초반부터 몸을 풀다 다시 벤치에 앉았다. 후반 26분 중앙수비수 치코가 퇴장을 당해 수비를 강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2분뒤 공격수 라우트리지를 빼고 수비수 테이트를 투입했다. 벤치가 부산해졌다. 라우드럽 감독은 코치진을 불러 모았다. 마지막 교체 카드 투입을 두고 논의를 거쳤다.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인 상황, 2-2로 맞선 팽팽한 접전.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카드가 필요했다.

후반 33분 기성용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실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라우드럽 감독의 선택은 기성용이었다. 과감했다. 리그 경기에 나서보지 않은 EPL 신예였다. 동료들과 발을 맞춰본 것도 일주일이 전부였다. 역사상 최고의 몸값(600만파운드·약 107억원)으로 영입한 기성용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것이 이번 투입으로 다시 증명됐다. 기성용은 새 유니폼을 입은 뒤 일주일만에 2경기를 소화하는 등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성용은 짧은 시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스완지시티 패싱 플레이의 중심에 섰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공수 조율의 역할을 맡은 그에게 모든 공이 집중됐다. 짧은 패스와 롱패스가 모두 그의 발을 거쳤다. 특히 기성용은 수비수 2~3명이 붙은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볼을 간수하고 이들을 따돌려 안방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상대 공격의 맥을 차단하는 영리한 수비도 돋보였다. 데뷔전의 중압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영국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도 '짧았던 리그 데뷔전이지만 인상적이었다'며 평점 7을 부여했다. 기성용이 받은 평점 7은 팀내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이날 1도움을 기록한 네이선 다이어가 8점으로 최고 평점을 기록했고 기성용은 1골씩 넣은 미추, 라우틀리지 등 4명과 함께 평점 7을 받았다.

기성용은 EPL 연착륙은 물론 라우드럽 감독의 기대처럼 스완지시티의 중심으로 거듭날 능력을 데뷔전을 통해 보여줬다. 라우드럽 감독은 경기 후 "한 명이 부족했지만 우리 팀은 볼을 잘 지켰다. (부상과 퇴장 등)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팀의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스완지시티는 지고 있어도 우리만의 축구를 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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