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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엘클라시코가 성큼 다가왔다. 국왕컵을 걸고 맞붙는 경기다 보니 그 중요성은 꽤나 떨어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전력투구 않고 무릎을 꿇자니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질 않는다. 지난 주말 헤타페 원정에서 2-1로 패한 레알, 반면 오사수나 원정에서 1-2로 승리한 바르샤, 내일 새벽 2차전을 갖는 두 팀의 1차전 내용은 어떠했을까. 이를 되짚어보자.
레알 마드리드 (4-2-3-1) : 카시야스 / 코엔트랑-라모스-알비올-아르벨로아 ?/ 알론소 - 케디라 / 호날두-외질(마르셀루, 후36)-카예혼(디 마리아, 후26) / 벤제마(이과인, 후15)
득점 : 호날두(후10), 디 마리아(?후39)
철저히 볼을 점유해 나가는 바르샤 스타일. 피케를 필두로 마스체라노나 아드리아누가 미드필드 진영까지 올라와 ?빌드업에 적극 참여했고, 이니에스타-사비가 날카로운 공격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앞선에서는 메시가 사실상 미드필더 역할까지 해내며 패스 루트를 다변화했고, 직접 드리블로 레알 수비벽 파괴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볼의 흐름은 중앙에서 측면으로, 다시 중앙으로 이동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
레알은 어떤 스타일로 바르샤를 상대했을까. 필드 플레이어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은 30m 내외로 굉장히 좁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동안 열린 엘클라시코에서 이미 가감 없이 드러났다는 생각이다. 가령 이번 1차전에서도 반복됐듯, 바르샤엔 오른쪽 측면에서 호날두가 1차, 알론소가 2차, 그리고 코엔트랑이 3차로 수비를 가해도 이를 뚫고 나오려는 메시가 있었고, 수비벽을 두껍게 쌓아도 이를 잘라내는 패스웍과 조직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두 팀이 맞붙었을 때의 최대 관건은 레알이 형성한 플랫 4의 앞 공간, 그리고 측면 수비 뒷공간을 바르샤가 공략해내느냐였다. 한 팀이 수비적으로 나서자, 다른 한 팀은 지공 위주의 양상을 보였던 전반 45분 동안엔 레알이 바르샤를 적절히 잘 막아냈다는 생각이다. 알론소-케디라 라인이 위치한 진영에서 레알을 확실히 밟지 못한 바르샤는 박스 밖에서의 슛팅에 열을 올리곤 했다. 또, 측면 뒷공간으로 공격 노선을 우회하기도 했는데, 이 진영에선 적당한 파울과 오프사이드로 맞선 레알의 전략에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레알의 역습 위주 공격 형태, 주효했을까
캄누에서 바르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임은 레알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최근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레알과 무리뉴 감독이 택한 카드 역시 역습 위주였는데, 이것이 주효했느냐는 질문에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왕컵 1차전 이후 지난 주말 헤타페에도 무너졌듯, 레알 공격진들의 최근 폼은 역습으로써 바르샤의 허를 찌르려는 무리뉴 감독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었다.
특히 선수 개개인의 능력 발휘가 안 돼 아쉬움이 크다. 평소보다 섬세하지 못한 볼 키핑 장면이 반복됐고, 치고 달리며 드리블할 때의 성공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또, 원투 패스 과정에서 패스를 한 뒤 리턴 패스를 받기 위해 빠져나가는 부분 전술의 움직임도 좋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비 후역습으로 일관한 전반전 동안 속 시원히 바르샤 진영을 밟아본 건 전반 30분, 호날두-외질-카예혼-벤제마로 이어지는 역습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후반 들어 호날두, 디 마리아가 두 골을 터뜨린 건 다행일 정도였다. 이번 2차전에선 이들이 얼마나 살아날지 궁금하다.
선제 실점 후 연속 세 골을 터뜨린 바르샤.
엘클라시코의 최대 관건이 레알이 형성한 플랫 4의 앞 공간, 그리고 측면 수비 뒷공간을 누가 점유하느냐에 있다는 것, 이는 곧 레알 입장에선 그들이 꾸린 수비적인 전형을 90분 동안 유지해나갈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1차전을 돌아보면 호날두가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터뜨리자마자, 페드로에 동점골을 내주었고, 이후 점점 더 앞으로 올라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이내 얇아진 수비벽을 노출하며 두 골을 더 내주었다.
1차전에서 패했기에, 우승컵을 들기 위해선 2차전에선 무조건 한 골 이상을 터뜨려 승리해야만 한다. 더욱더 공격적으로 나와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다만 조직적인 압박으로 레알의 공격을 끊어낸 뒤, 그 뒷공간을 역으로 치는 바르샤의 패턴이 상당히 매서운 만큼 레알 입장에선 어느 시점부터, 어느 정도의 공격을 시도할지도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