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천 김남일, 설기현 "우리는 행복합니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2-08-23 21:39 | 최종수정 2012-08-24 08:30


인천 설기현(왼쪽)과 김남일(가운데)이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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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 하지만 그들은 지금 시민구단에서 뛰고 있다. 선수 생활 말미에 자칫 초라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그런 마음이 없었다. 제3자의 편견이었다.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가 사고(?)를 쳤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위 전북 현대와의 29라운드 원정 경기서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상대는 K-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북이었다. 인천의 짠물 수비는 살아있었다. 5연승을 질주하며 7년 전인 2005년 이룬 팀 최다 연승과 타이를 이뤘다. 제주와의 30라운드 경기에서 8개 팀이 들어가는 스플릿 시스템의 A클래스에 들 수 있다는 희망을 이어갔다.

인천의 이 같은 돌풍의 중심엔 2002년 스타 출신인 김남일(35)과 설기현(33)이 있었다. 한일 월드컵 이후 이들은 해외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인천에서 다시 만났다. 어느듯 팀에선 고참이 돼 있었다. 시민 구단의 한계를 몸으로 느꼈다. 지원이 풍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선수층이 두터워 몸을 챙기면서 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오히려 "김남일과 설기현이 더 열심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장 안팎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엔 감독 경질, 최하위 추락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천이 후반기에 살아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들 두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천 김봉길 감독은 "두 선수는 우리 팀의 핵심이다. 김남일은 미드필드에서, 설기현은 공격라인에서 팀을 이끈다"며 "경기중 이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두 선수 모두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인천의 짠물 수비를 이끄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이날 전북전에서도 김남일은 멀티 플레이어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북의 공격라인인 이동국과 에닝요, 드로겟의 예봉을 막는 1차적 임무를 맡았다. 센터라인을 넘어와서는 포백을 지원하는 2차적 임무까지 확실하게 책임졌다.

활동량이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최근 회춘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남일은 경기후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훈련보다는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제공해 주시기 때문에 경기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리그에선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를 누볐던 스타플레이어에서 시민구단 선수로 뛰는 것과 관련해 마음고생도 있었을 법 했다. 그러나 김남일은 "해외리그를 경험하면서 그런 생각은 없었다. 나이가 들면 당연한 자리라고 받아들였다"며 "지금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김남일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프로다운 모습에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물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전북전 후반 1-1 동점 상황에서 멋진 크로스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설기현 역시 희생 정신이 몸에 배 있었다. 그는 경기후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스트라이커가 중앙에서 골을 받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많이 움직여 줘야 공간이 생기고 찬스가 난다"며 "중앙과 사이드를 오가다 보면 상대 수비도 힘들어하고 그렇게 해서 찬스를 동료들에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어시스트 역시 설기현이 사이드로 치고 나가다 전북 골키퍼 최은성이 앞으로 나온 것을 보고 가볍게 띄워 남준재의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설기현은 "시즌 초반엔 힘든 일도 많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고참으로 선수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많이 이야기 했다. 우리끼리는 즐겁게 축구를 하자고 했는데 그런 것들이 후반에 경기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주=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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