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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의 악순환, 정몽준 명예회장의 문제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8-21 17:32 | 최종수정 2012-08-22 09:44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가 6월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과 조중연 축구협회장이 경기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고양=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낸다. 새 사람은 옛 사람을 대신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사면초가다. 비리직원 특별위로금 지급, 구시대 인물의 낙하산 인사,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굴욕 이메일 등 반복되는 실정에 민심은 등을 돌린 지 오래다. 홍명보호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는 그들의 헛발질에 또 꺾였다.

축구협회는 연간 1000억원 예산의 세상에 갇혀 향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풀뿌리 축구와 K-리그, 태극전사들의 땀이 일궈낸 합작품이다. 환희의 눈물이 숨을 쉬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세상의 손가락질에는 관심이 없다. 굴욕 이메일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지만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결자해지해야 할 인물이 있다. 정치인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이다. 199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16년간 한국축구를 이끌다 200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4강 신화를 이뤘다. 그의 업적이다. 그는 지난해 1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하며 축구에서 한 발짝 비켜섰다. 하지만 정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저자세 굴욕 이메일을 연출한 조중연 축구협회장과 김주성 사무총장은 바로 정 회장이 뿌린 씨앗이다. 조 회장은 전무와 부회장으로 십수년간 정 회장을 보좌하다 '축구 대권'을 잡았다. 정 회장의 물밑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총장은 '정몽준 장학생'이다. 2001년 기술위원으로 협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정몽준 체제'에서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2004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 코스 연수까지 밟았다. 마스터 코스는 FIFA가 국제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목적으로 매년 세계 각국으로부터 25~30명의 인원을 선발해 운영하는 석사과정 코스다. 학비와 체류비 등 1년간 1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된다. 김 사무총장은 2004년 최초로 협회 지원을 받아 이 코스를 이수했다. 국제 축구 인재의 등용문이지만 그는 내치와 외치에 모두 실패했다. 협회 내부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굴욕 이메일을 통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추락시켰다.

협회의 매듭은 꼬일대로 꼬여 있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정 회장이 풀어야 한다. 그는 거듭되는 축구협회의 실정에 선을 긋고 있다. 굴욕 이메일로 해명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대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을 축구협회에 심은 정 회장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축구협회의 난맥상은 정 회장의 문제다.

축구협회 수뇌부는 지나가는 바람으로 치부하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칼을 쥐고 있는 정 회장의 입장이 궁금하다.

시기도 미묘하다. 내년 1월 축구협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서는 정 회장이 축구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희박하다. 차기 협회장은 지방축구협회장 16명과 협회 산하 연맹 회장 8명 등 24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과반수의 표(13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정 회장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다. 프로연맹(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내셔널리그(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여자연맹(오규상 현대미포조선 단장) 등이 그의 휘하에 있다. 조 회장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축구협회가 운영된다면 정 회장도 완전히 발을 빼야 한다. 한국 축구는 올림픽 동메달을 기점으로 새로운 10년을 설계해야 한다. 과거의 세력들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으면 미래는 없다. 퇴장할 때는 아름다워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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