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좋겠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6만 관중으로 꽉 찼으면 좋겠다. 그라운드에서는 서울과 수원의 전사들이 원없이, 정말 온힘을 다해서 뛰고. 팬들의 응원소리에 상암벌이 떠나갔으면 좋겠다. 선수와 팬들이 모두 한몸으로 땀에 흠뻑 젖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한국축구는 '사형선고'를 받아야 했다. 힘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강했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것도 라이벌 일본을 눌렀다. 국민들은 감동에 휩싸였다. 11일 새벽에 벌어진 역사다.
이 경기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50%를 넘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TNmS에 따르면 51.3%를 기록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은 30%, 영국과의 8강전은 24.9%나 됐다. 모두 새벽에 벌어진 경기였다. 국민들은 새벽잠을 설쳤다.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물론 동메달만 내세워 "사랑해주세요~"라고 할 일은 아니다. 사랑받을 모습을 갖춰야 한다.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력'을 이야기한다. 현 K-리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김 빠진 경기가 많았다. 애정도 한계가 있다. 재미가 없으면 사랑도 식는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
반성하자. 구단과 감독, 선수들 모두 반성하자. 수준 높은 경기,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자.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만큼, 팬들의 사랑은 돌아온다.
'스타부재'도 언급한다. 이 점에서 K-리그는 반성했다. 내년부터 자유선발제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2016년에는 전면 자유선발제가 된다. 그동안 재목들의 해외진출을 부추겼던 드래프트제를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이처럼 스타발굴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스플릿시스템, 강등제 등 흥미를 유발시킬수 있는 경기제도도 보완했다.
이쯤에서 도움을 줘야할 쪽이 있다. 방송이다. 그동안 K-리그를 너무 외면했다.
방송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시청률,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돈'이 안된다는 것이다. 공중파 중계는 기대하기 힘들고, 케이블방송도 구경하기 어렵다. 야구에 일방적으로 밀린다.
들어보니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방송이 축구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K-리그에 좀 더 애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한국축구의 젖줄이다. 4년마다, 아니 월드컵까지 2년마다 안방에 축구의 감동을 줄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세번씩 기회를 제공해 주면 어떨까. 안보면 멀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애정은 한국축구를 더욱 강하게 한다. 그 출발점은 K-리그다. 올림픽 전사들도 목에 동메달을 걸고서는 이구동성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수원의 빅매치가 벌어진다. 6만 관중석이 꽉 찼으면 좋겠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