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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알고 계셨나요? 그들도 K리거라는 사실을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08-14 17:25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메달리스트들이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 '축구의 성지' 웸블리에 입장했다. 정성룡, 오재석, 윤석영, 김영권, 김기희, 기성용, 김보경, 백성동, 지동원, 박주영, 남태희, 황석호, 구자철, 김창수, 정우영, 김현성, 이범영, 그리고 박종우. 한 명 한 명의 목에 메달이 걸리던 모습, 밖에서 휴대 전화로 그들을 찍던 홍명보 감독의 모습이 어찌나 감격스러웠는지, 그동안 밤잠 포기하고 그들을 향해 응원을 보낸 보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 동메달이 주는 감동을 누림과 동시에, 그로 인해 따르는 극심한 피로 속에 허우적대는 당신께 퀴즈 하나 내볼까. 김보경, 백성동, 남태희, 김영권, 황석호, 정우영, 이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을 하나로 묶는 이름, K리그.

완벽한 공수 조율 능력, 팀 동료를 위해서라면 몸싸움도 불사르겠다는 투지, 그리고 팀 동료의 인터뷰에 난입하는 장난기까지, 셀틱의 기성용은 K리그의 서울에서 4년을 보냈다. 2009 U-20 월드컵, 2010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의 주장, 걱정될 정도로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던 엄청난 활동량, 그리고 '오글거린다'에서 어원을 딴 '구글구글'까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 역시 K리그의 제주에서 4년을 뛰었다.

홈 팀 영국 단일팀을 몰락시킨 중거리 슛 한 방으로 홍명보호 4강행의 선봉장이 된 선더랜드의 지동원은 K리그 전남 유스 출신으로 1년 반 동안 국내 팬들 앞에 선을 보였다. 스위스전에서 상대 수비 라인을 무참히 파괴한 헤딩 선제골, 그리고 일본전에서 상대 수비 4명을 완벽히 농락한 오른발 선제골, 중요한 고비 때마다 실마리를 제공했던 아스널의 박주영은 K리그 서울의 공격수였다.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안컵, 런던 올림픽 등 한결같이 대한민국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정성룡, K리그 수원의 골문 또한 그의 몫이다. 각급 청소년 대표를 모두 거친 엘리트, 이번 올림픽에서도 결정적 순간에 투입돼 공에 맞은 본인의 볼을 두 손으로 짝짝 때려가면서까지 열심히 뛰었던 오재석은 K리그 강원의 측면 수비를 맡고 있다.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기량, 그 정점을 찍으며 '한반도의 왼쪽 아래를 지키고 있는'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던 윤석영은 전남의 측면 수비로 맹활약 중이다.

주로 음지에서 홍명보호 수비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마지막 한일전에서는 후반 막바지에 나와 '4분 만에 전역'했다는 재미난 스토리를 제공한 김기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매서운 돌풍을 과시 중인 대구의 수비다. 이상하리만치 인연이 없었던 대표팀의 설움을 한 번에 털어버린, '신의 한 수'로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 없는 김창수는 K리그 부산의 측면 수비에서 매 시즌 최고의 기량을 발휘 중이다. 또, 대회 내내 기성용의 파트너로 홍명보호가 구사한 4-2-3-1의 기둥 역할을 제대로 해냈던 박종우는 부산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듬직한 허리 자원이다.

브라질전 투톱으로 출격, 공중볼 장악이라는 장점으로써 홍명보호에 플랜 B를 제공했던 김현성은 대회 직후 J리그의 시미즈로 6개월 임대됐으나 엄연한 서울 소속의 공격수다. 또, 영국 단일팀과의 연장 혈투에서 마지막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의 킥을 막아내며 미완성된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찍은 이범영은 부산의 골문도 함께 지키고 있다.


K리그,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축구의 뿌리.

18명 중 4명이 전직 K리거 해외파이고, 8명이 현직 K리거다. 여기에 이케다 세이고 코치를 제외한 홍명보 감독, 김태영 수석코치, 박건하 코치, 김봉수 GK코치, 코칭스태프 전원이 K리그 선수 이력이 있다. 그럼에도 적잖은 언론들의 시선은 화려하게 피운 '대표팀'이란 꽃에만 머물 뿐, 땅속 깊은 곳에서 그 꽃을 피워낸 원동력 'K리그'라는 뿌리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평소 K리그 중계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방송사들이 월드컵,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만 되면 너도나도 '축구 전문 채널'이라는 문구로 우리 곁을 찾는다. 몇몇 신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 앞에선 한순간에 이범영이 이범용과 이범호로, 박종우가 박정우로, 오재석이 오중석이 되고 만다. '뿌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꽃을 더욱더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보니 한국 축구의 뿌리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인식도 제자리 걸음이다. K리거는 국내용이라고? 아시아용이라고? 국내에서만, 아시아에서만 통한다던 선수들이 유럽의 선진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게 말이 되는가. 또,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오는 건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올림픽은 끝나도 K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동메달의 감동과 함께 막을 내린 2012 런던 올림픽, 또 한 번의 감동을 누리려면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기약해야 한다. 2년 전 남아공에서 일궈낸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으로 눈길을 돌린다고 해도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4년'이라는 시간을 감동의 주기로 삼다가는 기다리다 지쳐 망부석이 돼버리고 말 것 같다.

그런데 이 4년의 주기를 일주일로 바꿀 방법이 있다. 2012년 3월 3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리는 K리그를 찾는다면 매주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축구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당장 이번 주말 8월 18, 19일에도 경기가 열림은 물론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수원, 대전, 대전, 전북, 전남, 광주, 제주, 경남, 부산, 울산, 대구, 포항, 상주, 강원, 이렇게 16개 구단이 있으니 사정에 맞게 골라가면서 K리그의 맛을 음미하면 된다. 이곳만 찾는다면 올림픽 대표팀,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젠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빛을 발하던 기성용과 구자철의 성장세에 놀랐다고? 그들도 K리거였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했는데 국가대표 뺨치는 활약을 보여준 박종우와 김창수의 활약에 놀랐다고? 그들도 K리거다. 지난 2월, 우즈벡-쿠웨이트 2연전에서 붉은 악마가 흔들었듯 그들이 바로 '대한민국 축구의 젖줄, K리그' 출신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또 한 번의 감동을 위해 땀 흘리고 있을 그들을 찾아 이번 주말 K리그 경기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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