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대치중이다.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을 놓고 외나무 다리 혈투를 벌이게 된 한국과 일본 양팀이 같은 호텔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국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된 것은 양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한 후부터였다. 결승 혹은 준결승에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여갔다. 한국은 브라질에게, 일본은 멕시코에게 지면서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하게 됐다.
한 호텔을 같이 쓰다보니 종종 마주치는 일도 많다. 선수들부터 지원스태프들까지 서로가 속속 잘알고 있다. 그런만큼 눈인사를 나누기도 부담스럽다. 특히 일본은 말도 잘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반면 한국 선수단에는 일본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많다. 홍명보 감독은 현역시절 일본에서 활동하며 일본어를 익혔다. 홍 감독을 보좌하는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일본인이다. 황보관 기술위원장 역시 오미야에서 감독과 단장을 역임했다. 언론 담당관인 차영일 과장도 일본어 통역이 가능할 정도다.
선수들도 일본어에 익숙하다. 황석호 백성동 정우영은 현재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다. 김영권과 김보경은 올림픽 직전까지 일본에서 뛰었다. 모두 일본어를 구사한다. 일본 선수단으로서는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한국 선수단이 들을까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