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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기술축구를 선도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유로2012의 결승티켓을 다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과의 유로2012 4강전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만 빠졌을 뿐 사실상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표적 에이스들이 국가대항전으로 자리를 옮긴 'A매치판 엘 클라시코'로 불릴만 하다. 스페인에서 '가짜 9번'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최근 영국 일간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은 카운트 어택을 노리는 스타일로 레알 마드리드를 닮았다. 패스 게임을 중시하는 스페인은 바르셀로나와 비슷하다"며 "어떤 면에서 보면 엘 클라시코 같다"고 했을 정도다.
선수들 면면과 전술을 살펴보면 수긍이 되는 얘기다.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라모스 등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들에겐 서운한 이야기겠지만, 현 스페인 대표팀은 바르셀로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중원에 포진된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Tiki-Tak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축구'를 그대로 대표팀에 이식시켰다.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전면에 내세운 제로톱 역시 바르셀로나의 핵심 전술이다. 페드로 로드리게스, 헤라르드 피케 (이상 바르셀로나) 등도 공수에서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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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를 펼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타일이 비슷하다 보니 더 껄끄럽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선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이겼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나타난 포르투갈의 전력은 2년 전보다 짜임새 있다는 평가다. 결국 승패는 최전방의 결정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스페인은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페르난도 요렌테(애슬레틱 빌바오) 등 전문공격수를 제외한 채 파브레가스를 활용한 제로톱 전술을 쓰고 있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결장한 '확실한 골잡이'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의 부재에 따른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승부수다. 스페인은 알고도 못막는다는 패싱게임으로 매경기 주도권을 잡지만, 마무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드필더들의 고른 득점으로 상쇄하고 있지만, 결과로 말하는 토너먼트 무대에서 확실한 골잡이의 부재는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호날두 이외의 공격옵션이 보이지 않는다. 엘데르 포스티가는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으며, 우구 알메이다는 경기감각에 문제가 있다. 오른 측면에 포진한 나니는 기복이 심한 모습이다. 결국 호날두가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호날두는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메이저대회 징크스'를 탈출하는 모습이다. 컨디션은 최상이며, 자신감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그를 따라다니는 '큰경기 징크스'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넣어줄 선수가 넣어주는 팀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