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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팬들한테 욕 많이 먹는 선수에요."
잃어버린 5년
사실 하태균은 수원 팬들에겐 애증의 선수다. 2007년에는 보물과도 같았다. 단국대 1학년 재학 중 K-리그에 뛰어들어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수원을 지휘하던 차범근 감독은 하태균을 두고 "그 나이 또래 선수들 보다 낫다"고 했다. 하태균은 18경기에 나서 5골1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던 10월 무릎 부상 후 수술대에 올라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이럼에도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기량을 인정 받았다. 수원에서 신인왕이 나온 것은 1996년 박건하(현 올림픽대표팀 코치) 이후 하태균이 두 번째였다. 수원 팬들의 기대가 클 법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8년 복귀와 재활을 반복하면서 6경기 무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발목을 잡았다. 공격포인트가 5개도 안되는 시즌이 계속됐다. 기대감 섞인 응원은 비난의 화살로 돌아왔다. 그라운드에서 야유가 심심찮게 들렸다. 하태균은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부상을 당한 뒤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를 하다보니 더 잘 풀리지 않았다." 올 초에는 난데없는 이적설에 휘말리면서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더없이 좋은 몸 상태에서 시즌을 준비하던 터라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었다. 위기의 순간 손을 잡아준 것은 다름아닌 윤 감독이었다. 윤 감독은 당시 "하태균을 이적시키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태균은 "당시 혼란스러웠지만, 감독님과 면담한 뒤 자신감을 갖고 준비를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간 아픔을 겪었던 탓일까.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팀을 떠받들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빛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강원전은) 외국인 선수가 빠지게 되면서 우연찮게 기회가 왔는데 팀 승리에 기여를 하게 돼 기쁘다." 강원전 승리 뒤 나온 스승의 칭찬도 나중에야 알았단다. 하태균은 "감독님이 워낙 말씀이 없으시다. 강원전을 마치고 아무 말씀도 없으셨는데 (칭찬 사실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웃었다.
수원은 올 시즌 피말리는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하태균의 활약이 더욱 절실해 졌다. 라돈치치는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고 쇄골 부상한 조동건도 복귀가 요원하다. 스테보는 투박한 플레이 탓에 곧잘 경고누적 함정에 걸린다. 하태균이 제 몫을 해줘야 안정적인 공격진 운영이 가능하다. 조커의 때를 벗는게 우선이다. 하태균은 "10여분 정도를 뛰다 갑자기 풀타임을 뛰려니 힘든게 사실이다. 체력을 더 끌어올리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욕심에 발목이 잡혔던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는 "라돈치치나 스테보, 조동건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돌아와 다시 주전 자리를 잡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주어진 시간 속에 내 임무에 충실하고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자신의 활약을 채울 마지막 2%는 팬들의 응원이란다. 부진한 활약 속에 비난의 도마에 올랐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은 항상 죄송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장에서 비난을 환희로 바꾸도록 노력하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