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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력'이란 단어는 참 무섭다. 다른 객관적 요소를 무시해버린다. 이번에도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은 이탈리아가 그렇다.
이탈리아는 늘 그랬듯이 자기만의 축구를 했다.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있는 변화로 난관을 탈출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한 이탈리아는 공격적인 전술로 아일랜드를 상대했다. 후반 체력저하로 어려움을 겪을때면 특유의 빗장수비로 극복해냈다. 카사노와 발로텔리의 골을 묶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가 필요한 승점 3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 선수들과 감독, 관계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지만, 크로아티아가 필요한 것은 칭찬이 아니라 승점이었다.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스페인전에서 3-5-2 카드를 멋지게 성공시켰으며, 크로아티아전에서는 피를로의 프리킥 한방으로 무승부를 이끌었다. 아일랜드전에서 다시 한번 생존본능을 과시한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우승까지 3걸음을 남겨놓았다. 돌이켜보면 이탈리아는 최강이 아닐때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때도 그랬고, 2006년 독일월드컵때도 그랬다. 그 전통이 쌓여진 이탈리아는 '저력'이라는 이름으로 이번대회에도 그만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