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유로]발로텔리-토레스, 희비 엇갈린 두 킬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6-15 05:35


스트라이커는 승부의 화룡점정이다.

골로 말하는 자리다. 순간의 발놀림에 희비가 갈린다. 승리 땐 영웅으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땐 멍에를 뒤집어 쓰기도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책임과 부담감이 따른다.

15일(한국시각) 열린 유로2012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골잡이의 희비가 확실히 갈렸다. 맨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이끈 '슈퍼 마리오' 마리오 발로텔리(21·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전에서 또 다시 침묵하며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반면 부진으로 집중포화를 당했던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28·스페인·첼시)는 아일랜드전에서 팀의 대회 첫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영웅 칭호를 되찾았다.

또 침묵한 발로텔리


15일(한국시각) 유로 2012 C조 예선 2차전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의 경기가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에서 열렸다. 이탈리아 발로텔리가 크로아티아 촐루카의 태클을 피하고 있다. 포즈난(폴란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탈리아 언론들은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발로텔리 대신 안토니오 디나탈레(우디네세)를 선발출전 시킬 것으로 점쳤다. 스페인전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그라운드에 주먹질을 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발로텔리보다는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안정적으로 골잡이 역할을 했던 디나탈레가 더 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프란델리 감독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초반엔 괜찮았다. 발로텔리는 경기시작 3분 만에 수비수를 등지고 골과 다름없는 터닝슛을 시도하면서 크로아티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11분과 34분에도 강력한 슈팅을 시도하는 등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수비에 막혀 좀처럼 활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후반전으로 갈수록 체력이 저하되면서 움직임도 위협적이지 못했다. 프란델리 감독은 결국 후반 24분 발로텔리를 빼고 디나탈레를 투입했다. 이탈리아는 교체 3분 뒤 크로아티아의 만주키치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리 기회를 놓쳤다.

발로텔리의 침묵이 계속되면서 프란델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발로텔리를 뺄 경우 대안이 없다. 안토니오 카사노와 디나탈레가 타깃맨 역할을 수행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파비오 보리니와 세바스티안 조빈코라는 두 명의 백업 선수가 버티고 있으나 이들 역시 섀도 스트라이커 임무가 적격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이다.

토레스, 9번의 역할 제대로 보여줬다


◇페르난도 토레스(왼쪽). 사진출처=스페인축구협회 홈페이지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이 이탈리아전 승부수로 내놓은 것은 제로톱 전술이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스트라이커 대신 2선 공격수 세 명을 나란히 세우고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전략을 택했다. 부진한 토레스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에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토레스는 후반 28분 교체출전했으나, 찬스를 놓치면서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국제대회 마다 이름값을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전철을 밟는 듯 했다.


아일랜드전에서 델보스케 감독은 토레스를 믿어보기로 했다. 4-2-3-1 전형의 원톱으로 배치했다. 위기 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토레스 특유의 퍼포먼스가 되살아 났다. 경기시작 3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상대 수비의 볼 컨트롤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마무리를 했다. 녹슬지 않은 킬러 본능을 뽐냈다. 후반 25분에도 단독찬스에서 침착하게 오른발골을 성공시키면서 환호했다. 수비진을 끌고다닌 덕에 2선 공격수들의 찬스도 늘어났다. 비난으로 얼룩졌던 토레스의 이름은 환호로 바뀌었다. 스페인 언론들은 토레스가 이탈리아전에서 부진하자 '9번이 (골을) 못 넣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아일랜드전 멀티골은 이런 비난여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스페인은 토레스의 활약에 힘입어 아일랜드를 완파하고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던진 델보스케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들어 맞았다. 향후 전술 다양성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프란델리 감독은 발로텔리의 활용 여부를 심도있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두 경기 모두 무승부로 마치면서 조 3위로 밀려난 상황이기 때문에 아일랜드전에서 다득점으로 승리를 거둔 뒤 스페인-크로아티아전 결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발로텔리 대신 디나탈레나 조빈코 등 대안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은 제로톱 전술보다는 토레스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아일랜드전을 통해 컨디션과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제로톱이 생각 외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공격력을 약화시켰던 만큼 굳이 고집을 할 필요가 없다. 8강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토레스를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 유력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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