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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올림픽대표팀의 시리아전 직전 점심 미팅에서 스크린 속 선발명단에 뜬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깜짝 놀랐다. 심장이 떨렸다"고 했다. 3만3000여명이 운집한 뜨거운 그라운드는 평생 잊지 못할 첫 경험이 됐다. "그렇게 많은 응원을 받으며 뛰기는 처음이었다. 응원소리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지긋지긋한 부상을 털고 3년만에 입성한 '홍명보호'에서 꿈같은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다. 사력을 다해 뛰었다. 전반 45분이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전광판 시계를 보면 20분이 훅 지나가 있고, 순식간에 45분이 지나가더라. 너무 재밌었고 너무 아쉬웠다"며 웃었다.
빠르고 부지런한 '왼발의 스페셜리스트'다. '질식수비' 부산 출신답게 수비력도 단단하다. 차분히 자신의 축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런던을 가느냐 안가냐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다.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존 선수들도 많은데 갓 들어간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종원'이라는 축구선수를 알릴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겸손했다. "(서)정진이와 벤치에 앉아 3만3000명의 관중들이 이제 나를 알아보겠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웃었다. "올림픽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내 축구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다. 런던행과 무관하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이 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거라고 믿는다"는 속깊은 각오를 드러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포털 사이트에 '이종원' 이름 세글자를 치면 탤런트 이종원이 가장 먼저 뜬다. 축구선수 이종원은 "포털 프로필에 내 사진도 안뜨더라"며 푸념했었다. 축구선수' 이종원이 '탤런트' 이종원보다 반짝반짝 빛날 그날을 꿈꾼다. 휴대폰 컬러링은 언제나 '축구왕 슛돌이'다. '패스패스패스! 내 꿈은 축구왕, 세계에서 제일 가는 스트라이커~.' 중학교 때부터 단 한번도 바꾸지 않은 한결같은 컬러링이다. 그의 꿈도 그렇게 늘 한 방향을 향해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