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 B조에서 이변이 연출됐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운명의 장난이었다.
네덜란드는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덴마크를 압박했다. 원톱 판 페르시(아스널)와 좌우 날개 이브라힘 아펠라이(바르셀로나), 아르옌 로벤(바이에른 뮌헨), 섀도 공격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가 전반 시작부터 덴마크 진영에서 수차례 슈팅을 쏟아냈다. 정확도 높은 짧은 패스와 폭발적인 드리블은 덴마크의 수비진을 유린하기에 충분했다. 단 한가지만 빼고 모든게 완벽했다. 골 결정력이었다. 네덜란드는 전반에 13번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 슈팅은 단 3번에 그쳤다. 전반 35분 로벤의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했을 정도로 지독히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페르시의 슈팅은 번번히 덴마크 안데르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스네이더르의 중거리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아펠라이의 슈팅은 정면이었다.
반면 잔뜩 움크리며 수비에 집중하던 덴마크는 정확도 높은 슈팅으로 네덜란드를 침몰시켰다. 전반에 기록한 5개의 슈팅이 모두 유효 슈팅이었다. 특히 왼쪽 측면 공격이 활기를 띄며 '오렌지 군단'에게 선제골을 얻어냈다. 전반 24분이었다. 시몬 폴센(AZ알크마르)이 오버래핑으로 네덜란드의 왼쪽 수비진을 무력화 시켰고 공을 넘겨 받은 크론 델리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덴마크는 1967년에 열린 유로 1968 예선에서 3대2로 승리를 거둔 이후 45년 만에 네덜란드에 감격적인 승리를 거두며 죽음의 조에서 처음으로 승점 3을 따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