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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다.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명승부가 이어졌다. 3월부터 시작된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2개월간의 열전 끝에 16일 막을 내렸다.
울산은 놀라웠다. 지난 시즌 말미 '철퇴축구'를 표방하며 K-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력한 수비는 그대로였다. 상대의 공격에 철퇴를 가했다. 감바오사카에서 이근호와 김승용을 데리고 왔다. 철퇴에 모터를 달았다. 더 날카로워지고 빨라진 철퇴로 업그레이드했다. 4승2무.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무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울산을 16강으로 이끈 김호곤 감독은 동아시아 조별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거듭났다. 강력한 리더십과 적절한 용병술로 팀을 이끌었다. 더욱이 K-리그에서도 1위 수원과 승점 2점차의 4위를 달리며 일군 성과기에 더욱 값지다. 울산팬들 사이에서는 '김호곤 명장설'이 대두될 정도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베스트골도 나왔다. 3월 7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나고야와 성남의 G조 1차전 종료 직전이었다. 성남은 1-2로 지고있었다. 패색이 짙던 순간 에벨찡요가 오버헤드킥으로 공을 문전앞으로 보냈다. 문전에 버티고 있던 에벨톤이 다이렉트 오버헤드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곧바로 경기종료 휘슬이 울렸다. 극적인 무승부였다. 이 골은 성남이 G조 1위를 차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매년 최고의 골에게 주는 푸스카스상을 받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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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감바 오사카는 짙은 어둠 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첫단추부터 어긋났다. 홈에서 포항을 맞이했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3으로 졌다. 이근호와 김승용이 울산으로 떠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조별리그 6경기 가운데 단 1승(5패)을 챙기는데 그쳤다. J-리그에서도 하락세는 계속됐다. 현재 감바 오사카는 18개팀 가운데 17위에 머물러 있다. 감바 오사카를 맡았던 세랑 감독은 시즌 초반 연이은 패배에 일찌감치 짐을 쌌다.
비운의 감독도 있었다. 바로 이장수 광저우 감독이다.이 감독은 1차전에서 전북을 5대1로 대파하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내 흔들렸다. 약체로 평가받던 부리람(태국)에게 홈에서 1대2로 졌다. 5차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1대3으로 역전패하며 16강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마지막 6차전이었던 부리람 원정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조1위로 16강 진출했다. 실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16일 구단 수뇌부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구단 수뇌부는 이탈리아의 유명 감독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데려왔다. 이슈를 만들기 위해 이장수 감독을 버렸다. 토사구팽이었다.
워스트플레이어는 포항의 공격진이다. 포항은 6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미드필더들의 감각적이면서 안정적인 패스플레이로 볼점유율을 높였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6경기에서 6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나마 감바오사카와의 1차전에서 3골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 5경기에서 3골만 기록했다. 왕년의 최고스트라이커 황선홍 감독도 답답한 공격력에 한숨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