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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 에닝요 귀화 직격탄, 체육회 원칙 고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5-14 18:52


◇최강희 A대표팀 감독.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종목 이기주의의 함정은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에닝요(31·전북) 귀화 논란'을 놓고 대한체육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불가 결정'에 정면 반박했다.

최 감독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연 체육회 측에서 에닝요의 경기력과 인성 등을 직접 봤는지 되묻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그리고 "에닝요의 나이 문제를 거론하는데 나이가 많으면 월드컵에 나서면 안되는가. 감독이 특별귀화 요청을 할 정도라면 그 선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드러나는 것인데 그 부분은 알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정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체육회에는 축구를 포함해 55개 가맹 경기단체가 있다. 한 종목의 대표팀 감독이 "내가 원한다"며 상급단체인 체육회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대한체육회에 에닝요와 라돈치치(수원)의 특별귀화를 요청했다. 체육회는 7일 법제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 라돈치치의 귀화는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8일 축구협회가 라돈치치건을 자진 신청 철회하는 웃지못할 사고를 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다. FIFA는 귀화 선수의 힘을 빌려 일시적인 대표팀 전력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을 마련했다. 5년 연속 해당 국가에 거주해야 한다. 라돈치치는 2004년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2007년 7월부터 12월까지 일본 반포레 고후에 5개월간 임대됐다. 5년을 충족하지 못했다. 특별귀화가 되더라도 올해까지는 대표팀에 뛸 수 없다.

에닝요는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체육회는 "복수국적의 취지를 고려할 때 순수 외국인에 대한 추천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에닝요는 한국 문화의 적응 적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했지만 미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닝요는 K-리그에서 생활한 지 6년여가 흘렀지만 한국어 실력은 낙제점이다. 한국 문화에도 동화되지 않았다.

최 감독의 반발에 체육회는 다시 한번 원칙을 고수했다. 최종준 체육회 사무총장은 이날 "에닝요의 경기를 봤냐고 하는데 체육회는 에닝요의 경기력을 갖고 판단하지 않았다. 경기력은 축구협회가 판단할 몫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가맹단체의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선수 발탁을 체육회가 관여한 적이 없다"며 "복수국적제도가 실시된 이후 순수 외국인을 특별귀화 시킨 적이 한 번도 없다. 복수국적자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돌아간다. 쉽지 않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힘'으로 밀어붙일 참이다.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조중연 회장은 박용성 체육회장을 만나 설득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 총장은 "조 회장님은 체육회 이사이고 가맹단체의 장이다. 못 만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회장님이 이번 귀화 문제와 관련해 시작부터 보고 받고 계시다. 회장님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아직 재심 청구가 접수되지 않았다. 이번 주에 접수되면 다음 주 법제상벌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어떤 사유를 갖고 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 봐서는 쉽지 않다. 한 번 원칙이 무너지면 차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체육회가 귀화 추천 불가 결정을 내리자 법무부 장관 접촉 및 체육회 추천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4년제 대학 총장 등 외부인사들과 접촉해 문제를 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 측에서 "체육 우수인재 특별귀화 추진 대상자가 체육회가 아닌 다른 단체의 추천을 받는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재심 요청을 하는 것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평행선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사고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에닝요 귀화 문제'는 축구계 내부에서 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도 쉽지 않은 민감한 문제에 왜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김성원,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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