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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에서 시간은 멈춰선다. 인저리타임이 시작된다. 적게는 1분, 많게는 10분 이상 주어질 때도 있다.
FC서울이 '인저리타임 킬러'로 변신했다. '잔인한 4월'의 탈출은 인저리타임 골로 시작됐다. 서울은 지난달 29일 강원 원정경기 전까지 원정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3무1패였다. 3경기 연속 무승부로 땅을 쳤다. 11일 부산(0대0), 21일 제주(1대1), 25일 울산(2대2)과 잇따라 비겼다. 제주, 울산은 리드하다 동점을 허용했다. 제주전은 오심이었지만 결과는 되돌릴 수 없었다. 분위기는 바닥이었다. 강원전도 악몽이 재현됐다. 리드하다 동점골을 내줬다. 강원의 파상공세에 혼이 났다. 1대1로 끝나도 다행이었다. 인저리타임 4분이 주어졌다.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마지막 역습 기회를 잡았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볼이 몰리나의 발끝에 걸렸고, 쇄도하던 데얀에게 패스했다. 데얀의 오른발을 떠난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버저비터 골'이었다.
그 기세는 5월로 이어졌다. 어린이 날인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올시즌 최다 관중인 4만5982명이 운집했다. 서울은 포항을 2대1로 요리했다.
'감독 최용수표 세리머니'가 오랜만에 불을 뿜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경기 중에 감독이 팀을 지휘하는 벤치 앞 지역)를 벗어나 선수들과 뒤엉켰다. 최 감독은 지난해에는 슬라이딩을 하다 고가의 양복 바지가 찢어지기도 했다.
서울은 두 차례나 꺼져가던 불을 다시 지폈다. 믿음의 꽃이 활짝 피었다. 최 감독은 물론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두렵지 않다. 종료 휘슬이 울리지 않는 한 골문을 열 수 있다는 신뢰의 구조가 구축됐다. 데얀과 몰리나는 인저리타임 특급 병기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은 지난해 극적인 승부로 시즌 최다인 7연승을 연출했다. 현재 3연승 중이다.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