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한국시각) 선덜랜드 홈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맨유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에는 끝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맨유-맨시티의 불꽃 튀는 우승 다툼 속에 '코리안리거' 박지성-지동원 맞대결은 불발됐다. 리그 19경기 2골2도움으로 첫번째 시즌을 마감했다. '선덜랜드 공격수' 지동원의 올 시즌 활약상을 정리했다.
최소 출전의 아쉬움, 최대 효과의 희망
지동원은 올시즌 리그 19경기에 나섰다. 2경기 선발, 17경기 교체출전, 그라운드에 머문 시간은 총 437분이다. 선덜랜드 공격수들 가운데 가장 적은 출전시간이다. K-리그 1년차 때부터 선발을 꿰찬 지동원으로서는 낯설고 힘든 경험이었다. 짧은 기회속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2골2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투톱으로 나섰던 니클라스 벤트너(28경기 8골5도움), 스테판 세세뇽(28경기 7골9도움), 마틴 오닐 감독이 총애한 윙어 제임스 맥클린(22경기 5골2도움)과의 주전경쟁에서는 밀렸지만, 프레이저 캠벨, 코너 위컴 등과의 효율성 경쟁에선 앞섰다. 리그 후반 복귀한 캠벨은 11경기(5선발, 6교체, 545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했다. 포지션 경쟁자이자 잉글랜드 유망주인 위컴은 15경기(5선발, 10교체, 507분)에서 1골에 그쳤다. 지동원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다.
지동원은 지난해 11월 6일 스티브 브루스 전 감독 하에서 치러진 맨유전 전반 5분, 부상으로 실려나온 위컴 대신 투입돼 85분을 뛰었다. 올시즌 최장시간 출전기록이다. 오닐 감독 부임 직전인 지난해 12월 5일 울버햄턴전은 지동원의 올시즌 첫 선발출전이었다. 70분을 뛰었다. 그리고 올시즌 마지막 출전이자 오닐 감독 휘하 첫 선발로 나선 지난 6일 풀럼전에선 60분간 뛰며 1도움을 기록했다.
17경기 교체출전 가운데 채 10분을 채우지 못한 경기가 무려 6경기다. 1월4일 위건전에서 후반 45분 교체투입돼 단 1분을 뛰었다. 2월12일 아스널전에서 3분, 지난해 11월27일 위건전에서 6분, 지난해 9월10일 첼시전에서 8분, 10월1일 웨스트브롬위치전에서 8분, 9월18일 스토크시티전에서 9분을 뛰었다. 8분을 뛴 첼시전에서 후반 45분 호흡도 채 터지기 전에 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짜릿한 '버저비터' 결승골로 '지(Ji)'의 이름을 잉글랜드 축구계에 각인시킨 맨시티전에서도, 지동원은 후반 34분 그라운드에 나서 12분을 뛰었다. 빅리그 템포에 적응하기 바쁜 루키가 후반 30분 이후 투입돼 10분 남짓 뛰면서 골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다. 끈질긴 승부욕과 근성을 보여줬다.
지난 1월 2일 맨시티전에서 후반 33분 벤트너와 교체 투입되고 있는 지동원. 화면 캡처=SBS ESPN
지동원의 인저리타임 결승골로 맨시티를 1대0으로 격침시킨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한 남자관중이 지동원을 향해 돌발키스를 날리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화면 캡처=SBS ESPN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 대중일간지 더선' 등 현지 매체는 '지동원 키스남'을 찾는 공고를 경쟁적으로 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화면 캡처=SBS ESPN
맨시티전 키스남의 추억
올 시즌 EPL 핫이슈를 꼽을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맨시티전 키스남' 사건이다. 지난 1월2일 선덜랜드가 지동원의 인저리타임 결승골에 힘입어 '최강' 맨시티를 1대0으로 격침시킨 충격의 순간, 그라운드에 난입해 지동원의 입술을 훔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후 '지동원 돌발키스남'을 찾기 위해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공고를 내걸었다. 지동원의 결승골과 키스남 사진이 잉글랜드 전언론 스포츠 톱 지면을 장식했다. '키스남 사건'은 '영웅'을 키우는 데 있어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웅' 지동원만을 위한 다양한 응원가도 쏟아졌다. 선덜랜드 팬들이 유망주 지동원을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맨시티전은 리그 종료를 앞두고 선덜랜드 구단이 선정한 올시즌 최고의 매치에도 선정됐다.
물론 맨시티전 이후 인지도는 급상승했지만, 팀내 '가능성 있는 유망주'라는 입지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 베스트일레븐을 고수하는 오닐 감독 특유의 안정적인 스타일 탓이다. 선덜랜드는 3월31일 맨시티전 이후 주전들의 부상과 급격한 체력 저하 속에 8경기 무승(5무3패)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지동원의 첫 시즌을 '성공'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동양인 유망주' 지동원은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자신을 보여줄 시간, 스스로 성패를 판단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발탁한 브루스 감독의 경질 이후 주전 경쟁의 외로운 시간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성장했다. 짧은 출전시간, 첼시, 맨시티 등 강호들을 상대로 골맛을 봤고, 지난 6일 풀럼전 5개월만의 선발출전에서 1도움을 기록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10개월의 빅리그 대장정을 마치고 5월 말 '최강희호'에 입성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