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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백만원은 한국축구계의 오심없는 그날을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이며 이번 오심에 대한 소리없는 외침입니다. 기꺼이 신태용 감독님의 벌금으로 사용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팬들의 모금은 28일 수원-성남전에서 스테보가 볼이 떠난 상황에서 에벨찡요의 발을 밟는 상황을 불과 5~6m 앞에서 보지 못한 심판 판정에 엄중 항의하는 뜻을 담았다. 에벨찡요는 발목인대 파열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2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상벌규정 제3장 17조 2항에 의거해 에벨찡요(성남 일화)의 발을 밟은 스테보(수원 삼성)에게는 2경기 출전 정지와 12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한 신태용 성남 감독에게는 경기 심판규정 제4장 36조 5항('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제재가 내려졌다. 성남 팬들은 신 감독의 공개 항의 자체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고질적인 그라운드 오심을 바로잡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으로 인식했다.
신 감독이 모금함을 기자회견장에서 열었다. 박스는 수없이 많은 봉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신 감독과 선수들을 향한 격려편지도 답지했다. 몇천원부터 3만~5만원에 이르는 격려금이 넘쳤다.
'저는 성남 일화의 평범한 팬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한 아내와 함께 나들이 삼아 탄천운동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중년 팬의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수원전을 보러 갔다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선수의 반칙과 그에 대한 심판의 부당한 오심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저는 심판에게 항의하는 신태용 감독의 모습을 보았고 저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스스의 마음이겠거니 하며 속상함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고 썼다. "며칠 뒤 스포츠신문에서 프로축구연맹이 신태용 감독에게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공과 관계없이 선수를 가해한 스테보에게는 적은 벌금과 2경기 출전금지를 오심을 인정하면서도 오심을 한 심판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처벌 결과도 비공개라는 기사를 보고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오백만원은 한국축구계의 오심없는 그날을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이며 이번 오심에 대한 소리없는 외침입니다. 기꺼이 신태용 감독님의 벌금으로 사용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끝맺었다.
신 감독은 팬들을 향해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저는 물론 우리 선수단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주심들과 상생발전하고 K-리그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뿌듯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돈의 사용처와 관련 "구단과 상의해 깊이 고민한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성남 일화 팬들이 '신태용 감독의 벌금 500만원을 대납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자발적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날 온라인 모금행사를 주도한 한 성남 팬은 게시판 글을 통해 '신태용 감독님의 심판에 대한 항의 자체를 놓고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평소 신태용 감독님께서 심판 판정만큼은 어떤 감독보다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오셨고, 그만큼 이번 감독님의 행동은 고질적으로 문제가 돼온 판정 문제에 대해 스스로를 희생해 바로잡으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벌금에 대한 모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부당한 법과 현실 앞에 당당히 맞서는 감독님을 팬들이 가만히 지켜보기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썼다. '심적,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는 감독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작은 정성을 모아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전 경기 시작전과 하프타임에 팬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모금함에 봉인해 당일 구단측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