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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 우승팀이 만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는 처음부터 '죽음의 조'로 분류됐다.
전북 선수단은 지난달 29일 새벽 광저우에 입성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라 홈 팀이 원정 팀 숙소와 식사 등을 책임진다. 광저우 구단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동방호텔을 전북의 숙소로 지정했다. 식사는 호텔내 뷔페 식당에서 해결하게 끔 했다.
심지어 전북에서 특별히 부탁했던 김치도 첫날은 아예 빠져 있었다. 전북 프런트가 도착해 광저우 구단에 항의를 하고 나서야 김치는 추가가 됐다. 그러나 다른 메뉴는 요지부동. 호텔측에다 이야기를 했더니 광저우 구단에서 허락하지 않아 메뉴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한식도 두 끼 이상 같은 메뉴를 먹으면 지겨운데 양식과 중식으로 된 음식이 매일 똑같이 나오니 선수들은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음식 뿐만이 아니다. 홈 팀은 원정 팀에 선수단이 타고 다니는 버스 외에 승용차 한대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광저우가 VIP용으로 제공한 차량은 90년식 독일 폭스바겐 차량이 나왔다. 뒷자석 잠금 장치는 고장이 나 밖에서 열어줘야할 정도로 낡은 차량이었다.
전북 관계자는 "우리는 광저우가 왔을때 현대 소나타를 제공했는데 이번에 광저우는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전북이 당한 이야기다.
문제는 광저우도 지난 3월 전주 원정때 당한 게 많았다고 한다. 광저우측에 따르면 이들 역시 전주에 도착해 호텔 생활을 하면서 식사 때문에 고생했다. 나중에 전북 구단이 호텔에 이야기 해 원정 팀이 원하는 식사를 제공했지만 서운한 감정은 남아 있었던 것.
결전을 앞두고 양 팀 감독의 장외 전쟁도 치열했다. 경기 하루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홈에서 당한 패배를 원정에서 복수하겠다"며 광저우를 자극했다. 이에 광저우 이장수 감독은 "축구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한국 지도자들이 큰 소리를 잘 친다"며 맞받아쳤다.
이들 양 팀 감독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평소엔 형, 동생하는 사이다. 하지만 소속팀 승리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보여줬다.
광저우(중국)=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