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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이었다.
강원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후반 볼점유율이 55%나 됐다. 파상공세였다. 시마다, 정성민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다.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회심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겨갔다. 경기 시각은 90분에서 멈췄다. 인저리타임 4분이 주어졌다. 강원의 화끈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이 무승부로 만족해야 할 판이었다.
행운의 여신은 그제서야 마음을 정했다. 경기 종료 직전 서울이 단 한차례 역습 기회를 잡았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볼이 강원 수비수 박우현의 몸을 맞고 흘러나왔다. 그 볼은 몰리나의 발끝에 걸렸다. 몰리나의 슈팅을 예상하고 전진한 골키퍼 송유걸이 골문을 비웠다. 몰리나는 쇄도하던 데얀에게 패스했다. 데얀의 오른발을 떠난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버저비터 골'이었다.
서울은 지난 시즌 상주, 전남전 등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드라마를 많이 연출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하다 양복 바지가 찢겨지기도 했다. 그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웃음 꽃이 피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선수들과 우리 힘으로 헤쳐나가자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안 좋은 징크스는 깨뜨리고 싶고, 좋은 징크스는 이어가고 싶다. 강릉에서는 좋은 추억들이 많다. 하늘이 도왔다. '버저비터 골'이 터져 재도약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기뻐했다.
도민구단으로선 서울은 높은 벽이다. 강원의 환상적인 공격 축구는 서슬이 퍼랬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아쉬움이 진했다. 그는 경기 전 "느낌이 좋다. 8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구단에도 이겨야 하고, 역전승도 해야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문턱에서 고개를 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와야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우리에게 집중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아쉬운 한 판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4월의 K-리그가 모두 막을 내렸다. 갱없는 드라마는 그라운드의 최고 묘미다.
한편, 같은 날 제주 유나이티드는 경남FC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4분 송진형, 10분 호벨치의 연속골과 후반 17분 자일의 쐐기골로 3대1 승리를 거뒀다. 제주는 6승3무1패(승점 21)를 기록, 2위를 유지했다. 강릉=김성원, 제주=박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