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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보에 밟힌 에벨찡요,침묵한 휘슬에게 묻는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4-29 12:15


 사진 캡처=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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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그러나 '선수의 부상과 고통'을 외면하는 실수는 안된다.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0라운드 수원-성남전, 전반 11분 성남의 공격수 에벨찡요가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수원의 스테보가 패스 직후 달려와 발을 꾹 밟았다. 누가 봐도 공은 이미 발을 떠난 후였다. 눈앞의 야속한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부상한 선수를 묵과했다. 이후 수원이 공격권을 잡았고 10초 가까이 경기는 속행됐다. 에벨찡요가 손을 들어올리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주심도 선심도 선수의 고통에 주목하지 않았다. 결국 에벨찡요는 들것에 실려나왔다. 심각한 발목인대 부상으로 반깁스를 한 채 트레이너 등에 업혀서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날 전반 2분 시즌 첫골을 터뜨린 에벨찡요의 교체 이후 성남은 흔들렸다. 후반 2골을 허용하며 수원에 역전패했다. 이날 역전골의 주인공은 스테보였다.

경기 직후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분노했다. "볼과 상관없이 발을 밟혀 중상을 입었다. 주심이 못봤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1일 홈에서 열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나고야 그램퍼스전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서로 도와야 할 선수가 선수를 아껴주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속에 있는 말을 다 하기는 힘들지만 휘슬 한방에 모든 게 무너진다. 수원 성남 선수들 모두 열심히 했다. 당연히 패배는 인정한다. 휘슬면에서 게임이 엉망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날 주심은 고금복 심판이었다. 에벨찡요의 부상 상황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고의적으로 발을 밟았다면 단순경고가 아닌 퇴장감이다. 신 감독은 "주심은 못봤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중계화면 리플레이 결과 주심은 가까이 있었다. 물론 가까이에 있었어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상 이후 처리 역시 미숙했다. 바로 곁에서 선수가 나뒹구는데도 수원의 볼이 아웃될 때까지 경기는 지속됐다. 지난 1일 서울-수원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 수비수 고요한 역시 전반 35분 스테보에게 발을 밟힌 뒤 교체됐다. 역시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고요한은 이후 2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시즌 도입된 프로축구연맹의 새 규정에 따르면 '코칭스태프, 선수 등 K-리그 관계자는 경기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공식 인터뷰 등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를 통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1일 광주전 직후 "휘슬 한번에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말한 직후 500만원의 벌금을 '납세'했다. 이번엔 신 감독은 작심한 듯 '500만원짜리' 코멘트를 했다. 김 감독의 발언과 수위가 비슷했다.

연일 심판 판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은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인저리타임 산토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뜨거웠다. 같은날 수원도 경남 원정에서 분루를 삼켰다. 후반 7분 경남 윤신영의 헤딩 백패스를 골키퍼 김병지가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골라인 통과 여부'가 논란이 됐다. 윤성효 수원 감독 역시 "김상호 감독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번 '스테보-에벨찡요' 사례는 단순한 승패, 골 여부를 떠난 선수 보호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심판 판정은 '신성불가침'이다.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 '면책' 특권은 그라운드 위 '무한책임'을 전제로 한다. 심판이 지켜야 할 것은 '권위'만이 아니다. 그라운드의 선수보호와 페어플레이의 원칙은 심판의 권위만큼 중요하다.

지난 1월 2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시티-토트넘전 후반 38분 발로텔리가 쓰러진 상대팀 스캇 파커의 머리를 밟고 지나갔다. 주심은 보지 못했다. 축구팬들과 전세계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목도했고, 분개했다. 이후 영국축구협회(FA)는 비디오 분석 후 발로텔리에게 4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K-리그도 사후 징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라운드에서 운좋게 지나갔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종결돼서는 안된다. 바로잡아야 한다. 향후 심판의 오심을 줄이고, 선수보호 및 페어플레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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