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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김기동, '힘겨운 좌충우돌' 홀로서기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18 13:21 | 최종수정 2012-04-18 13:19


현역시절 포효하고 있는 김기동.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홀로서기는 어렵다. 특히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그 어려움이 더 크다. 현역시절에는 '운동'만 하면 된다. 다른 업무는 팀주무나 에이전트가 처리해준다.

하지만 현역 은퇴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홀로 사회와 마주하게 된다. 대개 실패를 거듭하는 좌충우돌 끝에 사회인으로 '전입신고'를 마친다.

K-리그의 레전드 '철인' 김기동(40)도 예외는 아니다. 1991년 포항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기동은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21시즌동안 프로선수로 활약했다. K-리그 501경기에 출전해 39골과 40도움을 기록했다. 축구인으로는 레전드지만 사회인 김기동은 아기나 다름없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김기동은 큰 꿈을 그렸다. 홍명보장학재단을 롤모델로 하는 사회복지재단을 만들고자 했다. 첫 시작은 유소년 축구교실이었다. 처음에는 쉬울 것 같았다. 운동장과 건물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코치진 구성, 세금, 보험, 홍보, 각종 법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30년 이상 축구만 해온 김기동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우직하게 나서기로 했다. 성실함을 무기로 직접 뛰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해당 관청이나 전문가에게 직접 찾아갔다. 알 때까지 묻고 또 물었다. 전국 각지를 누비며 사람들을 만났다. 이 분야에 경험많은 지인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지인들은 모두 김기동에게 "유소년축구교실로 돈을 버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동은 "돈을 본다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환원하는 첫 단계다"고 말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최종환 BB스포츠대표 등이 적극 돕기로 했다.

대상지 선정부터 고민이었다. 당초에는 포항에 둥지를 틀려고 했다. 고향 충남 당진이 눈에 밟혔다. 포항은 유소년 축구교실이 많이 있었지만 고향에는 거의 없었다. 고향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관심도 컸다. 고민 끝에 당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4개월의 고생 끝에 작은 결실을 맺는다. 30일 '당진 카파유소년FC'가 문을 연다. 부천SK(현 제주)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을용(37)과 함께하기로 했다. 김기동은 단장, 이을용은 부단장을 맡았다. 어린이들은 최대 300명까지만 받기로 했다. 더 이상 받으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당진 카파유소년FC가 자리를 잡으면 올해 안으로 수도권 한곳과 이을용의 주무대인 강릉에 축구교실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내년 즈음에는 전국의 거점도시 8곳을 선정해 축구교실을 세우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구성할 참이다. 전국 8개팀이 리그 또는 컵대회 형태로 교류하는 방안도 추진할 참이다. 두각을 드러내는 유망주는 이탈리아에 축구 연수를 보낼 예정이다.

현재 김기동은 유소년 축구 지도자 경험을 위해 유럽에 머물고 있다. 30일 창단식에도 참석할 수 없다. 김기동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창단식에 가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선진축구를 배워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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