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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수 있나요? 앞만 보고 가야죠."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결단을 내렸다. 소방수는 김봉길이었다. 인천은 12일 김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 감독만큼 인천을 잘 아는 지도자도 없다. 김 감독은 부평동중-부평고를 나온 인천 토박이다. 2008년부터 인천에서 코치로 생활했다. 그는 장외룡, 페트코비치, 허정무 감독을 보좌하는 동안 인천 선수단의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의 그는 선수들 사이의 신뢰도 두텁다.
김 감독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2008년 페트코비치 감독이 갑작스레 사퇴하며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기도 했다. 성적은 5전전패였다. 당시의 기억을 물으니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라며 손사레를 쳤다. 김 감독은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새 감독 부임설, 팀 해체설 등이 이어졌다"고 술회했다.
김 감독에게는 설욕의 기회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인천은 김 감독이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대행 꼬리표를 떼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그때보다 경험이 많이 쌓였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만큼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일단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지금 인천은 허 전 감독과 김 감독이 함께 만든 팀이다. 전술변화보다는 사기진작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김 감독은 "허 감독님이 해오던 것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다. 여기에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사기를 올리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과연 김 감독이 뜻하지 않게 주어진 기회를 움켜쥘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따라 흔들리는 인천의 미래가 달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