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는 지난시즌 '철퇴축구'라는 근사한 별명을 얻었다. 울산 축구는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다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철퇴에 비유됐다.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과 함께 브랜드축구를 선도했다. 그런데 최근 '철퇴축구'에 '철퇴'가 사라졌다. 지난 25일 대구전(0대1 패)과 31일 상주전(2대2 무) 등 K-리그 경기에 이어 4일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날카로운 철퇴는 찾아볼 수 없었다. 1대1로 비겼다. 이대로라면, 야심차게 꿨던 '더블'(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꿈은 일장춘몽에 그칠 듯하다.
패스, 크로스의 정확도를 높여라
현대축구는 높은 볼점유율 속에서 공격을 전개한다. 여기에 수반되야 하는 것이 패스의 높은 정확도다. 이날 울산의 패스는 연속성이 없었다. 3번이 제대로 연결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막판에도 고슬기의 빨래줄 같은 패스로 김승용이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치고들어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득점 찬스가 났다. 김승용은 욕심을 내지 않고 뒤에서 쇄도하던 이근호에게 밀어줬다. 허나 이 패스는 상대 수비수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패스가 부정확하자 문전 앞에서의 세밀함도 떨어졌다. 쓸데없는 횡패스가 많았다. 수비진에선 패스가 번번이 끊겨 실점 상황을 수차례 맞았다. 크로스의 질도 떨어졌다. 좌우 측면에서 최재수와 이근호 김승용이 좋은 크로스 기회를 잡았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철퇴축구의 핵심은 빠른 공수전환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경기 전날도 빠른 역습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날 빠른 역습은 실종됐다. 상대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역습은 없었다. 앞에서 분석한 문제점인 백패스와 부정확한 패스가 스스로 속도를 떨어뜨렸다. 제 색깔을 살리지 못하다보니 답답한 공격만 이어졌다. 특히 골 결정력도 떨어지면서 수비 조직력마저 흔들렸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