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삼성과 GS의 감정싸움으로 번진 수원-서울전, 그 후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4-02 14:33


수원과 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경기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2대0으로 승리한 수원 선수들이 서포터즈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소문난 잔치였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는 다시 한번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4만5192명이 운집했다.

61번째 K-리그 클래식 더비의 주인공은 수원(2대0 승)이었다. FC서울은 탄식이 흘렀다.

앙숙이자 최대 라이벌 수원과 서울,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라운드 혈투가 전부가 아니었다. 삼성(수원)과 GS(서울), 대기업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점입가경이었다. 그룹과 그룹의 다툼은 치열했다. 양보는 없었다. 앞다투어 구단 공식 입장을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양념이었다.

수원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프로모션 영상이 도화선이 됐다. '북벌 2012 기획 영상, 승점 자판기 편'이다. 서울은 승리를 거저 주는 '승점 3점 음료'로 희화화 됐다. 수원의 라돈치치 곽희주 신세계 등이 출연했다. "정말 먹고 싶었다. 승점이 끝내 준다", "서울? 무슨 팀이에요? 농구팀이에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상대를 자극하는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기발하다', 재미있다', '유치하다', '치졸하다'. 두 팀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서울 구단은 웃고 넘기기에는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했다. 공식 문서를 통해 수원에 항의했다. 보도자료도 냈다. '상대방을 서로 적절한 수준에서 자극하는 일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팬들의 권리이며 팬들의 영역에서 그칠 일이다. 감독이나 선수들의 가벼운 설전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 구단까지 나서서 두 팀간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벌(北伐)'이란 표현도 문제 삼았다. 북벌은 수원이 서울전 때마다 '북쪽의 팀을 정벌한다'며 내세우는 구호다.


수원과 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경기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장을 찾은 서울 서포터즈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수원도 발끈했다. 곧바로 '북벌 2012 기획영상 만우절 매치 편'을 공개했다. 서울의 김용대 하대성 아디 등 3명에 두려움을 표시한 후 "뻥이야!", "4월 1일은 만우절~!!"이라며 조롱했다. 반박 보도자료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벌은 2010년부터 사용하고 있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서울의 과거 도발도 조목조목 따졌다. '2005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 구단의 새로운 깃발 대신 옛 깃발을 내걸었다', '2007년 3월에는 대형전광판에 구단 엠블렘을 의도적으로 축소시켰다', '2010년 매치데이 매거진에는 '삼성 PAVV(파브)'를 '삼성 바보'로 표현했다'…. 자료는 한 차례 수정됐다. 서울이 '바보'가 아닌 '바브'로 돼 있다고 하자 수원은 '바보'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바꿨다.

승부는 그라운드에서 가려졌다. 4월 첫 날 밤의 명암은 극명했다. 수원은 떠들썩했다. 환희의 술잔이 오고갔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윤성효 수원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수비수 곽광선 부친의 영전에 승리를 바쳤다. 시즌 첫 패전의 멍에를 안은 서울은 아팠다. 말이 사라졌다. 뿔뿔이 흩어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홀로 아픔의 소줏잔을 기울였다.


시즌 첫 슈퍼매치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서울은 8월 18일 홈에서 수원과 리턴매치를 치른다.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겠단다. 최 감독은 "아쉽다. 돌아올 우리 홈 경기에선 반드시 설욕하고 싶다"며 복수의 칼을 다시 갈았다. 윤 감독은 "서울을 이겼다고 해서 승점 6~7점을 얻는 게 아니다. 3점일 뿐"이라고 했지만 표정에선 '유쾌, 상쾌, 통쾌'를 읽을 수 있었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는 삼성과 GS그룹의 자존심을 건 충돌이었다. 전운은 여전히 감돈다. 두 팀의 살벌한 분위기는 마침표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