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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라돈치치-스테보, 수원은 웃는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4-02 11:16 | 최종수정 2012-04-02 11:17


◇수원은 서울전을 계기로 스테보(왼쪽)-라돈치치 조합의 해법을 찾으면서 대권 행보가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수원=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윤성효 수원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새롭게 영입한 라돈치치와 기존 스테보의 조합을 고심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잘 맞추면 극강의 화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불같은 승부욕과 비슷한 경기 스타일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즌 전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했던 동계 전지훈련에서는 티격태격 했다. 찬스 상황이 와도 패스를 주고 받지 않았다. 서로를 못본 채 했다. 고심하던 윤 감독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두 선수를 같이 세우기는 힘들다." 전력 극대화보다는 팀의 화합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으르렁대던 라돈치치와 스테보의 앙금도 서서히 녹아내렸다.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발을 맞추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누가 나서서 한 일이 아니다. 고수는 결국 서로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법이다. 사실 수원에서 처음 마주칠 때부터 자신들이 어떻게 활약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라돈치치와 스테보는 1월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우리 둘이 앞에서 휘저으면 상대 수비가 분산될 것이고, 골 찬스가 이전보다 더 많이 올 것 같다." 느긋하게 이들의 화합을 기다렸던 윤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윤 감독은 최대 라이벌 서울과의 일전에서 라돈치치-스테보 조합을 들고 나왔다. 24일 제주전에서 후반 중반 라돈치치와 스테보를 함께 세우며 테스트를 거쳤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미 예상했던 바"라고 했다.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이뤄질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제주전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조합이다. 그러나 윤 감독은 확신이 있었다. "공격력을 극대화 하려면 두 선수의 활약이 필요하다. 상대가 고민한 만큼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수원은 웃었고, 서울은 당황했다. 라돈치치가 최전방을 책임지는 대신, 스테보는 측면으로 빠지면서 서울 수비진을 흔들었다. 투톱보다 역할을 분배하는게 낫다는 승부수였다. 서울 수비진은 라돈치치-스테보 조합에 진땀을 뺐다. 두 선수는 전반 37분 추가골을 합작했다. 라돈치치는 골키퍼 김용대와 1대1 상황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테보에게 미련없이 패스를 연결했다. 섞이지 못할 것 같던 두 킬러가 손을 맞잡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윤 감독이 라돈치치-스테보 조합에 대한 해법을 잘 찾은 것 같다"고 평했다.

수원은 라돈치치-스테보 조합을 찾으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선수 역량에 기대는 최전방 공격에서 벗어나 역할 분배를 통한 효율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에벨톤C와 서정진이 2선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될 전망이다. 반면, 상대 수비진은 높이와 파워, 골 결정력까지 갖춘 라돈치치-스테보 조합에 적잖이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의 대권 탈환에 도전하는 수원과 윤 감독의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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