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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컸지만 기우였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이제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도민구단 경남의 목표는 현실적이었다. 거창하게 우승을 얘기하지 않았다. 1차 목표를 8강으로 잡았다.
올시즌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됐다. 16개팀이 홈앤드어웨이로 경기를 치른 후 그룹을 구별해 운영한다. 1~8위는 그룹A, 9~16위는 그룹B로 나눠 홈앤드어웨이로 14라운드를 치른다. 그룹A의 1위가 우승, 2위가 준우승이다. 꼴찌는 8위다. 그룹B의 팀이 그룹A팀보다 승점이 높더라도 최종 순위는 9~16위다. 두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된다.
희망이 크다. 축구란 묘하다. 최고의 스타만으로 11명을 꾸려도 끈끈한 조직력이 없으면 결코 빛을 발하지 못한다. 화려함에 앞서는 것이 조직력이다. 최 감독이 동계전지훈련기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그는 올시즌 슬로건으로 '베이글 축구'를 꺼내들었다. '베이비 페이스'와 글래머'의 합성어로 진용은 젊고 어리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팀워크로 고난을 헤쳐나겠다는 의미다.
무명들이 최 감독의 반전 스토리에 붓을 들었다. 올시즌 경남의 기본 시스템은 4-4-2의 변형인 4-1-4-1 포메이션이다. 공격의 키는 개막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한 '뉴페이스' 까이끼다. 그는 원톱과 섀도 스트라이커에 모두 설 수 있다. 미드필드에선 윤빛가람의 빈자리를 조재철이 메우고 있다. 소리없이 강했다. 뛰어난 공수 조율로 합격점을 받았다. 올림픽대표팀의 윤일록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 수비라인의 경우 김주영이 지난해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많아 기본골격은 유지하고 있다. 최 감독은 상대에 따라 전술을 바꿔 스리백도 쓸 예정이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도 크지 않다. 기복없이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최고의 무기다.
"스타급 선수들의 공백을 매우려면 모든 선수들이 한발 더 뛰어야 한다. 그래서 체력훈련을 충실히 했다. 조직력을 배가시키고 전체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만한 몇가지 만족스런 조합도 찾아냈다.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비록 유명한 스타선수는 없지만 젊고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탄탄한 조직력과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로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실력들을 가지고 있다."
현실은 늘 녹록지 않다. 기대주에서 스타로 성장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래서 경남의 변화에 눈길이 간다. '최진한 축구'의 실험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