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SBS 해설위원(59)이 아들 차두리(32·셀틱), 차세찌씨(26·스위스 유학중)와 함께 찍은 우루사 TV광고 3탄 '간 덕분이야'가 연일 화제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9일 한국과 쿠웨이트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2대0 한국 승)에 맞춰 새 광고를 선보였다. 3탄 광고는 차두리가 혼자 출연한 1탄 광고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총 조회수를 3일 만에 돌파하는 등 TV광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차 위원이 소파 위에 앉아 '아~피곤해'를 외치면 두 아들이 등장해 '간 때문이야'를 변형한 '간 덕분이야'의 CF송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기본 컨셉트다. 차 위원은 팔 다리를 자유자재로 놀리며 고난도 댄스를 선보인다. '백댄서' 차두리와 차세찌는 각각 팝핀 댄스와 브레이크댄스로 아버지의 댄스를 빛냈다. 웃는 모습까지 닮은 삼부자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덕분에 차 위원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댄싱머신'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었다. 그렇다면 과연 차 위원은 어떻게 그 어려운 춤을 췄을까. 두 아들과 함께 광고에 출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6일 차범근 위원과의 전화통화에서 화제의 광고 촬영 뒷얘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광고는 저만 찍나"
차 위원과 차두리는 CF에 자주 동반 출연해왔다. 그러나 차두리가 혼자 출연한 우루사 광고 1,2탄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차 위원도 아들에게 질투를 느꼈다보다. 차 위원이 농담삼아 한 말이 삼부자가 CF 모델로 동반 캐스팅된 이유라고 한다. 차 위원은 지난해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해설을 하다 중간 광고 시간에 아들의 '간 때문이야' 광고가 나온 직후 캐스터에게 농담을 했다. "광고는 저만 찍나." 새로운 버전의 광고를 구상 중이던 광고 관계자의 귀가 번쩍 뜨였다. 대웅제약 브랜드전략실 김한모 상무는 "한 모델로만 가면 임팩트가 떨어질 수 있다. 새로움을 주기 위해 고민 중이었다. 세대를 뛰어넘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었는데 차 위원님이 '두리야, 너만 광고찍냐'고 한 멘트가 화제가 돼 차 위원님께 광고 모델 제의를 했다. 처음에 완강히 거절하다가 '부자간의 정'을 담고 싶다는 말에 허락했다"고 밝혔다. "애들이 어렸을 때 셋이 함께 광고 찍은 적이 있는데 세찌가 지난해 제대하고 처음 같이 찍었다. 상당히 재미있었다." 차 위원의 CF 촬영 소감이다. 차 위원은 농담 덕분에 CF 스타 차두리를 '조연'으로 밀어내고 우루사 3탄 광고의 주연을 꿰찼다.
"나는 박치다"
광고 촬영은 지난 1월 30~31일 이틀간 차두리가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인근의 저택과 B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이틀간 진행된 강행군이었다. 광고 촬영의 최대 장벽은 역시 댄스였다. 고난도 댄스를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애초부터 무리였다. "나는 노래방에 가본 적도, 춤을 춰본적도 없는 박치(박자감각이 없다는 뜻)다. 한 마디로 내가 잘 모르는 세계다. 그냥 얼굴만 촬영하면서 간단한 몸동작만 따라했다. (나중에 보니) 닭살 돋았다." 광고 속의 현란한 몸놀림은 차 위원의 얼굴에 다른 사람의 몸동작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두 아들의 댄스 역시 첨단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힘을 많이 빌렸다. 대웅제약의 김 상무는 "어색한 댄스냐, 컴퓨터 그래픽이냐 놓고 고민을 많이했다. 그래도 차 위원님께서 직접 추신 동작도 있다. 그 부분을 찾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댄스를 제외하고 차 위원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CF감독이 요구하는 표정을 연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광고를 촬영한 영국인 스태프들이 부자의 연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일반인(?) 차세찌에게는 아버지와 형이 직접 연기 지도까지 했단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차 위원이 한 마디 거들었다. "두리랑 나랑은 자주 했으니…. 세찌는 본업이 아니니까 어색할수 밖에." CF 스타의 여유였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광고가 상상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차 위원은 오히려 고민에 휩싸였다. 밀려드는 CF 섭외 요청이 기쁠만도 한데 모두 거절하고 있단다. "여기서기서 코믹한 CF 하자고 연락이 온다.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 그래도 광고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듯 하다. 차 위원의 부인 오은미씨는 "사람들이 감독님의 유쾌한 모습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며 웃었다. 차 위원이 화답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내 광고에 두리가 함께 했는데 이제는 내가 두리 광고에 얹혀가고 있다. 이제 두리랑 나랑 등급이 다르다." 차 부자가 국민에게 선사하는 웃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우루사 광고 삼부자편의 다른 버전도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과연 차 위원과 두 아들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할까.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