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학원축구 심판비리, 축구협회가 자초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1-30 16:16


매년 불거지고 있는 학원축구 심판 비리 및 판정 문제를 대한축구협회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스포츠조선이 단독 입수한 '축구협회 중장기 발전 프로젝트' 외부 환경 분석 전문인력 양성 부분에는 심판 문제가 언급돼 있다. 이 보고서는 '2009년 3급 심판 시험 자격 및 조건 완화로 심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심판의 역량미흡과 오심, 비리는 지속적인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수 심판 양성 및 교육,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할 축구협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축구협회가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로 자부하고 있는 주말리그제 시행 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초중고 주말리그 출범으로 심판 수요가 증가했는데, 당시 축구협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6개 시도협회에서 3급 신임 심판 강습회를 연중 상시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2009년 101명 뿐이었던 3급 심판 숫자는 2년 만에 무려 46배가 뛴 4772명이 됐다. 전체 심판 숫자도 2009년 472명에서 2011년 5773명으로 11배 증가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갖출 생각도 않고 무조건 심판 숫자만 늘리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현장에서는 미흡한 교육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3급 심판 자격 실기테스트를 하루 안에 소화하기가 힘들어지자, 3개로 조를 나눠 2개조가 경기를 하고 나머지 한 조가 실기 시험을 보는 식으로 테스트가 이뤄져 왔다. 심판 자격증 취득을 위해 모인 교육생들 사이에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리 만무했다. 이들 대부분이 3급 심판 자격증을 발급 받았다.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판관을 뽑는데 옥석가리기는 없었다. 함량미달 심판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초등리그에서는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을 무시하고 득점을 인정한 주심이 판정을 번복하는 일이 잦았다. 애매한 판정으로 지도자와 학부모들에게 항의를 받는 일도 많았다. 심지어는 해당 학교 간 지도자 사이에 승부를 담합해 치르는 경기를 수수방관한 경우도 있었다. 교통비 및 식사비를 제외하면 고작 몇 만원의 일당을 손에 쥐는 심판들이 한 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편파판정을 벌이는 일도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 축구협회의 의뢰를 받아 보고서를 작성한 컨설팅 기관은 '오심과 비리 증가로 인해 심판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보고서를 접한 뒤 자체 워크숍에서 우수 심판 육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실현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 집행부는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온 갖가지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내부 문제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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