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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27일 퇴진했다. 김 전무는 절도와 횡령을 저지른 회계담당 직원을 감싸고, 1억5000만원의 위로금까지 지급해 문제가 됐다. 신속하게 이 사안을 정리하기 위해 김 전무가 사퇴를 결정했다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축구협회가 참으로 오랜만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보인다.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이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김 전무 한 명을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려고 할 게 아니라 조 회장과 이회택(66) 김재한(65) 노흥섭(65) 최태열 부회장(67) 등 회장단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야기한 회계담당 직원의 비리는 축구화를 훔치다가 발각되면서 불거졌다. 연봉 7000만원(추정)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직원이 축구용품을 훔치려고 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다. 그만큼 축구협회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당초 축구협회 노조는 이 문제를 경찰에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가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미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인 축구협회만의 일이 아니다. 체육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경찰이나 감사원에서 나서 의혹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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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스폰서 계약을 둘러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축구협회는 최근 하나은행과 후원계약을 연장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다른 시중은행이 하나은행보다 10억원 이상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탈락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무리 우선권이 있다고 하지만 10억원 차이가 난다면 당연히 후원 기업을 바꾸는 게 옳다.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 축구협회 고위층에서 실무진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했다고 한다. 뒷거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나이로 모든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60대로 구성된 집행부의 권위주의, 독단적인 운영 때문에 축구협회가 정체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1992년 이사로 시작해, 기술위원장, 전무, 부회장을 거쳐 2009년 협회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1993년 이사로 출발해 기술위원장, 부회장을 맡았다. 노흥섭 부회장 또한 2000년부터 기술위원장, 전무, 부회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축구협회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윗선에서 묵살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새로운 인재가 들어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축구협회 집행부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기득권을 쥔 수구집단처럼 요지부동이다.
2010년 한국축구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A대표팀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 꿈을 이뤘고, 20세 여자월드컵에서는 3위, 17세 여자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하지만 지난해 K-리그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망신을 당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조광래 감독을 경질해 뭇매를 맞더니, 축구협회 수뇌부가 특정 선수를 대표로 발탁해달라는 청탁까지 한 사실이 알려져 웃음거리가 됐다.
모두가 한국축구의 위기를 이야기 한다. 이제 조 회장 등 집행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축구가 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