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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위로금에 각서 받은 축구협회 비자금 실체 있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1-26 14:12



절도와 횡령 사건에 연루된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까지 지불하고 퇴직시켰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사단법인 대한축구협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2012년 1월의 현주소다. A과장은 지난해 11월 8일 새벽 다른 부서 사무실에서 축구용품을 훔치다가 발각됐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9일 임원진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1주일간의 직위해제 후 재심에서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리고 뒷거래가 이뤄졌다. A과장은 2006년 축구협회에 입사, 1000억원대의 예산을 다루는 회계 담당자로 일해왔다. 사직 압력을 받자 "나만 그랬냐"며 축구협회 수뇌부의 비자금 조성,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었다. A과장에게 퇴직에 따른 위로합의금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주는 안건을 처리했다.

사직 이유는 또 달랐다. 법인카드 사용액에 따라 환급되는 돈을 기프트카드로 바꿔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한다. 2009년 두 차례, 2011년 한 차례에 걸쳐 총 2489만원을 횡령했다. 축구협회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김진국 전무는 특별위로금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기프트카드를 원래대로 채워 놓았기 때문에 횡령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절도미수 혐의가 있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조직이라면 형사고발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순이다. A과장은 피의자에서 피해자로 둔갑했다. 축구협회는 1억50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의혹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쯤되면 숨겨야 할 뭔가가 분명 있는 듯하다. 위로금과 각서를 교환하는 형태는 뒤가 구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자금의 실체가 가장 큰 의문점이다. 시기가 미묘하다. 정몽준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올해가 4년 임기의 마지막 해다. 내년 1월 '축구 대선'인 협회장 선거가 열린다. 조 회장은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규정이 바뀌면서 선거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기득권인 중앙 대의원(5명) 제도가 폐지됐다. 시도축구협회장 16명과 산하 연맹 회장 8명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된다.

선거에 대비, 축구협회 수뇌부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를 위해 비자금 조성이나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면 공금 유용이자 범죄다. 조 회장은 월급을 받은 첫 축구협회장이었다. 1억3000만여원의 연봉에 업무 추진비를 별도로 받았다. 올해는 재선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무보수로 전환했다.


축구협회는 공룡 조직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예산은 1089억여원이었다. 올해는 90억여원 감소했다고 해도 992억원이나 된다. 돈 샐 구멍은 상존한다. 스폰서와의 계약 과정에서도 검은돈이 오간다는 의혹도 있다. 김진국 전무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매년 받고 있다. 떳떳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의혹은 밝혀져야 한다. 사실 축구협회 비자금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체가 없었다.

현재의 수뇌부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와 더불어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병행돼야 의혹을 풀 수 있다.

한편, 퇴직한 A과장은 26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난 위로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후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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