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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제자를 용서했다. 앙금은 없었다. 하지만 사건과 거리를 뒀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개인적인 일은 자신은 물론 당시 전남 코칭스태프와 이천수의 관계였다. 박 감독은 지난달 이천수와 전화통화에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사건 이후 한 번도 통화하지 못하다가 지난달에 이천수가 전남 구단을 방문한 뒤 전화를 했다. '죄송하다'고 얘기해서 '나한테 죄송할 것 없다. 개인적으로는 용서한지 오래 됐다. 나보다 전남 팬과 K-리그 팬들, 전남 구단에 용서를 구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했다."
박 감독은 2009년 여론이 좋지 않던 이천수를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영입했다. 공을 많이 들인만큼 이천수의 배신에 마음의 상처는 컸다. 처음에는 원망도 했다. 자신의 선택을 몇 번 되물으며 괴로워했다. 그러나 시간이 한 참 흐른 뒤 이천수의 행동을 모두 용서하기로 했단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며 천수는 축구계 후배이기도 하다. 마음은 아팠지만 개인적인 마음의 앙금은 모두 지웠다."
박 감독은 이천수가 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용서를 빌고 용서를 하는 것은 각자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천수가 팬이나 구단에게 계속 진실된 사과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각자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