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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감독과 사간 도스가 만들어낸 '승격 드라마'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23 10:43 | 최종수정 2011-12-23 10:48


◇사간 도스 선수단. 사진출처=사간 도스 구단 홈페이지

2013년 K-리그 승강제 시행의 윤곽이 잡히면서 기존 약체팀들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부 강등이 불러올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실질적인 운영 어려움 등이 이유다. 최근 승강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창단 후 처음으로 J-리그 승격에 성공한 사간 도스의 이야기는 승강제를 준비하는 K-리그 팀들 입장에서 곱씹어 볼 만하다. 도스는 1990년대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윤정환 감독(38)이 이끄는 팀이다. 만년 하위권으로 꼽혔던 도스는 올해 J2(2부리그)에서 승점 69를 기록하면서 2위를 차지해 내년 시즌 J-리그 승격이 확정됐다. 일본 스포츠지 닛칸스포츠는 도스의 승격을 '윤정환 감독과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이 만들어 낸 승리'라는 내용으로 재조명 했다.

도스의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까지 일본 프로 1, 2부 38개 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전용 클럽하우스가 없는 팀이다. 1997년 모기업의 스폰서 철회로 팀이 해체하는 아픔을 겪은 뒤 재창단하면서 배고픈 인생이 시작됐다. 도스시 외곽 연습구장을 훈련장으로 잡았지만, 변변한 시설이 없었다. 구단 직원들이 조립식 간이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해 구색을 맞췄지만, 프로라기보단 조기축구회에 가까운 모습이 연출됐다. 닛칸스포츠는 '샤워부스가 5개 밖에 되지 않아 훈련 뒤 선수들이 몸을 씻기 무섭게 자리를 비켜주는 일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건도 그라운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버스로 1시간여를 달려 후쿠오카시로 '원정 연습'을 하기도 했다. 최악의 여건에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2003년 J2에서 단 3승에 그치며 꼴찌를 했다. 이듬해 J-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리그 탈퇴 권고를 받는 굴욕도 겪었다.

그러나 도스는 윤 감독 취임 뒤 달라졌다. 윤 감독은 2006년 도스에 입단해 2년간 선수생활을 한 뒤, 2008년부터 도스에서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2010년 감독대행을 거쳐 올해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윤 감독은 취임 초부터 선수들의 패배의식 걷어내기에 나섰다.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면서 지도를 했다. 그러면서 조직력을 다졌다. 어려운 환경 속에 사분오열 됐던 선수들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자신들보다 풍족한 여건을 갖춘 구단들을 상대로 보기좋게 승리를 해보자는 근성도 발휘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해도 중하위권 정도로 치부됐던 도스는 차분하게 승수를 쌓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렸고, 결국 J-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윤 감독은 도스의 승격 배경을 "일치단결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승격 이후 도스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모두가 꺼리던 스폰서 자리에는 중견기업들의 이름이 하나 둘 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했던 클럽하우스 건설과 연습구장 개보수 논의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피나는 노력과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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