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조용하다. 뭔가 한방을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면서 일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해 지난 1주일 동안 1년 동안 먹을 비난을 다 받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를 준비하기 위해 잔뜩 움크린 상황이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을 시작으로 수뇌부는 물론 직원들까지도 감독 선임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입을 닫는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의 주요 안건은 조중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회장단에서 결정한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도 그 모임에서 최종 결정됐다는게 조 회장의 주장이다. 그 모임의 멤버는 전부 축구인들이다. 축구인들은 기술적으로 비축구인 출신보다 뛰어나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감독 경질 이후의 일처리는 행정가들에게 맡겼어야 한다. 그들의 주장 처럼 감독 경질은 축구인들이 기술적으로 판단했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다. 물론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조 회장이 또 다른 압력을 받았다고 보는 음모론을 더 믿는 분위기다.
협회는 축구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제 그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오만함을 버릴 때가 됐다. 그들이 못하는 건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서 보완해야 한다. 가삼현 전 사무총장이 떠난 이후 협회에는 모든 일을 교통정리할 사무총장이 공석이다. 공모를 했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뽑지 않았다. 축구인이 아니더라고 괜찮다. 한 명 정도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축구 행정 엘리트가 필요하다.
협회 수뇌부는 '시간이 약이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다가도 대표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분위기는 좋아진다고 본다. 그런데 시간이 만병통치약이 되려면 악성 종양이 있는 부위는 도려내야 그 곳에 새 살이 돋고 건강해진다.
2013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있다. 기득권 세력은 24명의 대의원들이 투표하는 간접선거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분노한 축구팬의 마음은 대의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