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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영광이 '독이 든 성배' 자리를 만들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2-08 15:12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독이 든 성배'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쿠엘류와 본프레레, 조광래, 베어벡 감독(왼쪽부터 시계방향). 스포츠조선DB

축구 국가대표팀은 말 그대로 그 나라 축구의 얼굴이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의 무게감은 그래서 크다. 한 대회 성적으로 능력이 판가름 되는 자리이다보니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한 대회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명장이 될 수도 있으나, 재기불능에 빠지기도 한다. 때문에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늘 '독이 든 성배'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2000년대 들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정식으로 잡은 지도자는 히딩크 감독부터 조광래 감독까지 모두 7명이다.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504일이다. 1년 6개월이 채 안된다. 이 중 제대로 임기를 채운 감독은 3명에 불과하다. 움베르투 쿠엘류(포르투갈)와 조 본프레레(네덜란드), 조광래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중도에 계약이 해지됐다. 세 감독 모두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선발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예선 성적 부진을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2007년 8월 떠난 핌 베어벡 감독도 형식은 자진 사퇴였지만,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경질 성격이었다. 외신들은 한-일월드컵 이후 파리 목숨이 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독이 든 성배'라는 조롱섞인 꼬리표를 붙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지도자들에게는 커다란 벽이 됐다. 큰 성과 뒤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축구협회는 2002년 이후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대표팀 운영 구조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선수 선발 문제를 놓고 기술위원들의 입김이 작용할 때도 더러 있었다. 이 때문에 감독이 기술위와 대립하는 모습도 종종 벌어졌다.

2000년대 국가대표팀 사령탑 중 가장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현 인천 유나이티드)도 재임기간 중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부진, 동아시아선수권 중국전 완패 때는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면서 제대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한-일월드컵 당시와 이후의 대표팀 운영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지원 수준과 훈련 시간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항상 잣대는 한-일월드컵에 맞춰져 있다"면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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