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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윤석영-홍 철 사용법'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1-24 10:33


◇올림픽대표팀 윤석영  스포츠조선 DB

"홍명보 감독님이 전담 키커로 마지막 기회라며 일부러 부담을 주신다. 잘해야 한다."

카타르 출국 전날 파주에서 만난 윤석영(21·전남)은 세트피스 전담키커로서의 의욕을 불살랐다. 올림픽대표팀은 2주간의 합숙 기간동안 세트피스 훈련에 열을 올렸다. 수비수 윤석영의 강력한 왼발은 빼놓을 수 없는 공격 옵션이었다.


◇'폭풍수비! 명품 크로스!' 윤석영의 팬들이 내건 걸개.  스포츠조선 DB
23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사드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카타르전 후반 23분 김현성(22·대구)의 동점골이 작렬했다.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윤석영이 차올린 크로스는 김현성의 머리를 정확히 맞혔다.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윤석영이 '오른발'로 쏘아올린 '택배 크로스'다. 홍 감독의 굳건한 믿음에 보답했다.

윤석영은 이날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A대표팀에서 '중동 2연전'을 마치고 넘어온 홍 철(21·성남)은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흥중-풍생중 시절 이후 줄곧 절친이자 라이벌이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만 해도 윤석영이 주전을 꿰찰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올 들어 전세가 역전됐다. 홍 철이 소속팀 성남과 A대표팀에서 날선 왼발과 스피드를 뽐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한발짝 앞서는 듯했다.

홍 철이 A대표팀을 오가는 새 홍명보호의 '3번' 윤석영은 남몰래 절치부심했다. 홍 철이 A매치 차출로 인해 빠진 6월 초 오만전 등에서 든든한 활약을 선보였다. 올해 6월 런던올림픽 2차 예선 요르단 2연전에선 윤석영과 홍 철이 왼쪽 풀백과 왼쪽 윙포워드로 공존했다. 두 선수 모두 맹활약했다. 6월 19일 요르단과의 홈경기에서 윤석영은 '명품 크로스'로 지동원(20·선덜랜드)의 동점골을 도왔다. 3대1 역전승의 기폭제가 됐다. 요르단 감독이 "3번 선수가 위협적"이라고 대놓고 두려움을 표했을 정도다. 이어진 6월23일 요르단 원정에선 후반 교체투입된 홍 철이 골맛을 봤다. 1대1 무승부를 이끌었다.

석달 후인 9월 21일 오만과의 최종예선 1차전, 홍 철은 윤석영을 제치고 선발 포백라인을 꿰찼다. 그리고 A매치와 일정이 겹친 10월 7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선 윤석영이 다시 주전으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 6분 상대선수와 경합중 코뼈 골절로 피를 흘리며 실려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홍 감독은 절친이자 라이벌인 '윤석영-홍 철 사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용병술로 경쟁과 공존을 통한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홍 감독은 카타르전 후반 33분 윤일록을 빼고 발빠른 홍 철을 '공격카드'로 투입했다. 왼쪽 윙포워드 자리였다. 윤석영의 수비와 홍 철의 공격이 왼편에서 평화롭게 공존했다.

11월 초 올림픽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윤석영은 심기일전했다. 시즌 종료 후 꿀맛 휴가도 마다한 채 전남 광양에 머물렀다. "조용히 쉬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2주간의 합숙 훈련 기간동안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홍 철과의 포지션 경쟁에 대한 질문에 늘 대답은 똑같다. "누가 나가더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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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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