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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님이 전담 키커로 마지막 기회라며 일부러 부담을 주신다.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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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영은 이날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A대표팀에서 '중동 2연전'을 마치고 넘어온 홍 철(21·성남)은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흥중-풍생중 시절 이후 줄곧 절친이자 라이벌이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만 해도 윤석영이 주전을 꿰찰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올 들어 전세가 역전됐다. 홍 철이 소속팀 성남과 A대표팀에서 날선 왼발과 스피드를 뽐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한발짝 앞서는 듯했다.
홍 철이 A대표팀을 오가는 새 홍명보호의 '3번' 윤석영은 남몰래 절치부심했다. 홍 철이 A매치 차출로 인해 빠진 6월 초 오만전 등에서 든든한 활약을 선보였다. 올해 6월 런던올림픽 2차 예선 요르단 2연전에선 윤석영과 홍 철이 왼쪽 풀백과 왼쪽 윙포워드로 공존했다. 두 선수 모두 맹활약했다. 6월 19일 요르단과의 홈경기에서 윤석영은 '명품 크로스'로 지동원(20·선덜랜드)의 동점골을 도왔다. 3대1 역전승의 기폭제가 됐다. 요르단 감독이 "3번 선수가 위협적"이라고 대놓고 두려움을 표했을 정도다. 이어진 6월23일 요르단 원정에선 후반 교체투입된 홍 철이 골맛을 봤다. 1대1 무승부를 이끌었다.
홍 감독은 절친이자 라이벌인 '윤석영-홍 철 사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용병술로 경쟁과 공존을 통한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홍 감독은 카타르전 후반 33분 윤일록을 빼고 발빠른 홍 철을 '공격카드'로 투입했다. 왼쪽 윙포워드 자리였다. 윤석영의 수비와 홍 철의 공격이 왼편에서 평화롭게 공존했다.
11월 초 올림픽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윤석영은 심기일전했다. 시즌 종료 후 꿀맛 휴가도 마다한 채 전남 광양에 머물렀다. "조용히 쉬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2주간의 합숙 훈련 기간동안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홍 철과의 포지션 경쟁에 대한 질문에 늘 대답은 똑같다. "누가 나가더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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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