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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로 전락한 대전, 클럽하우스가 해법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1-10 15:21


◇지난달 1일 대전월드컵 경기장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제공=김기성 대전 명예기자

대전 시티즌이 K-리그에 들어온지 어느덧 15년이 됐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열악한 환경은 마찬가지다.

대전은 다음시즌 대전시 산하 대전인재개발원으로 숙소를 옮긴다. 대전인재개발원은 공무원이 교육을 받는 시설이다. 선수단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에 최상의 장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 선수단은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다. 공주시 반포면에 있는 숙소보다 시설이 더 좋기 때문이다. 현 숙소를 떠나게 된 이유는 임대기간이 종료된데다, 시설이 낙후해 겨울철동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낡고 낡은 시설은 더이상 보수공사가 무의미할 정도다. 낙후된 전기 시설, 자주 고장나는 물탱크로 샤워를 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내집이었다. 이마저도 잃어버린 대전은 떠돌인 신세가 됐다. 프로구단이라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해법은 간단하다. 클럽하우스 완공이다. 클럽하우스는 대전 창단 이래 14년간 계속된 숙원사업이었다. 매번 '혹시나'하는 기대를 했지만, 대답은 언제나 '역시나'였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광주와의 올시즌 K-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번만큼은'하며 클럽하우스 완공을 약속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대덕구 덕암동에 축구연습장 부지를 확보했다. 대전시는 여기에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면적 3600㎡ 규모의 클럽하우스를 지을 예정이었다. 공사비 역시 국비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9월 29일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산건위)가 제197회 대전시의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 시가 제출한 '대전시티즌 덕암 축구장 클럽하우스 건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상황이 꼬였다. 승부조작 가담으로 대전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고, 시의 재정여건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10월 26일 산건위 소속 위원들이 선수단 숙소를 방문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열악한 숙소상황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건립시기를 두고 의견이 갈리며 다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대전시는 결국 7일부터 시작된 '제198회 제2차 정례회'에 클럽하우스 건립안을 긴급안건으로 올렸다. 긴급안건 제출때도 말이 많았다. 일부 의원은 "산건위에서 집행부가 클럽하우스와 관련된 긴급안건을 받으면 산건위 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달전 부동의 했던 것을 다시 올리는 것이 명분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대전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다르다. 대전은 올시즌 평균관중순위에서 서울, 수원, 울산, 전북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인구수가 더 많고, 성적이 더 좋은 인천(10위), 부산(11위), 대구(13위)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실제로 '축구특별시'라 할만큼 대전의 축구열기는 높다. 승부조작의 파고속에서도 대전이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대전시민의 축구사랑 때문이었다. 8일부터 대전시의회 홈페이지 진정·민원접수 게시판에는 클럽하우스 건립을 촉구하는 글이 폭주할 정도였다.

내년 시즌은 대전에게 중요하다. 강등은 현실이다. 시민구단의 맏형 대전이 강등한다면 K-리그의 또 다른 축 도시민구단의 위기와도 연결된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유상철 감독도 7월 감독에 부임한 이래 "쉬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에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직원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 돈으로 좋은 선수들이 아무리 영입된다한들 지금의 상황에서는 선수들이 제 실력을 내기 어렵다.

'의원님들 클럽하우스 또 못 짓게 하는것은 아니죠? 클럽하우스는 의원님들 동의로 시작합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 걸린 걸개다. 이게 바로 '축구특별시민' 대전팬들의 마음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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