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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선수 '멘토' 자처한 최순호 "갱생의 길 열어주고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1-07 12:09 | 최종수정 2011-11-07 12:10


◇최순호 전 강원FC 감독이 K-리그 승부조작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최 감독은 사회봉사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스포츠조선DB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만들어줘야 한다".

승부조작 사건은 K-리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선수들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결국 이들 전원은 선수 자격이 박탈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자진신고한 25명의 선수들도 2~5년간 최대 5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수행한 뒤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야 선별적인 복귀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이 어떻게 사회봉사 명령을 수행하느냐였다. 한때 공인이었던 선수들은 승부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뒤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죄인이라는 자책감과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모두 이들의 발을 묶기에 충분했다.

이런 가운데 최순호 전 강원FC 감독(49)이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현역시절이던 1983년 9월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동료들과 함께 숙소를 무단이탈해 3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가 6개월 만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심적 방황과 고통이 이들을 이끌겠다고 나선 힘이 됐다.

최 감독은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25명 중 최성국 성경일 박병규 이세주 조형익 등 16명과 함께 7일부터 '나눔과 성장'이라는 사회봉사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소외계층 돌보기부터 사랑의 집짓기, 재능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매달 1~2차례씩 봉사활동을 하면서 선수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첫 봉사활동은 서울 중랑구민회관에서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빵교실로 결정됐다. 최 감독은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 중 내가 가르쳤던 선수도 있고,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선수들도 있다"면서 "한 순간의 실수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나쁜 길로 빠져들기가 쉽다. 이들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만나다 보면 그간 자신이 갖고 있던 그릇된 생각이 바뀌고 남은 인생에 변화가 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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