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서 활동 중인 조나탄 리우 기자는 박주영에 대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슈퍼마켓에 들러 공짜로 얻은 매물'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을 했다. 그러나 이는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였다. 사진캡처=텔레그라프 홈페이지
얼마 전 국내에서는 박주영(26·아스널) 영입에 대한 한 영국 기자의 평가에 술렁였다.
중국계 영국인으로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에서 활동 중인 조나탄 리우 기자는 10월 19일 아스널이 스타드 제를랑에서 가진 마르세유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F조 3차전 도중 블로그를 통해 한 팬으로 부터 박주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왜 박주영이 출전 명단에 들지 못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리우는 "박주영은 벵거 감독이 귀가하던 길 슈퍼마켓에 들러 얻은 공짜 매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벵거 감독은 슈퍼마켓(프랑스 리그1)에서 자신이 원하던 벨기에인(에뎅 아자르)에 대해 문의했으나 가격이 높다는 답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영리한 코트디부아르인이 많다는 추천에는 탐탁지 않아 하던 도중 '긴 머리의 한국인(박주영)을 공짜로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애절한 모습으로 장보기를 마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벵거 감독이 박주영을 대안으로 영입한 만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해학적인 풍자다. 그러나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전해지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어났다.
◇리우가 블로그를 통해 들어온 박주영에 대한 팬의 질문에 답한 글.
표현은 거북하지만, 현재까지 리우의 전망은 빗나가지 않고 있다. 8월 말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칼링컵 2경기와 유럽챔피언스리그 1경기 만을 뛰었을 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브로미치와의 EPL 11라운드에서도 박주영은 벤치에서 팀의 3대0 완승을 지켜봐야 했다.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아스널은 전반전에만 두 골을 넣으면서 일찌감치 기회를 잡았으나, 박주영은 끝내 벵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리우는 '슈퍼마켓' 발언에 대해 묻자 "그것은 정말 농담이었다. 나는 프랑스 리그1에서 선수를 주로 영입하는 벵거 감독의 스타일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박주영은 노련한 움직임으로 뒷공간을 노리고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난 3경기 활약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스널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민첩성과 힘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런던=이 산 통신원 dltk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