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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 '제2의 스콜스' 아님 '제2의 스미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1-03 14:00 | 최종수정 2011-11-03 14:02


맨유 루니. 스포츠조선DB

3일(한국시각) 열린 맨유와 갈라치와의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눈에 띄는 전술적 실험을 했다. 주포 웨인 루니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루니의 활약에 힘입어 맨유는 2대0 승리를 거뒀다.

루니는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수준급의 패싱력을 선보이며 새 포지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루니는 환상적이었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과 패스 선택은 정말 좋았다. 팀을 위해 아주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루니 역시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포지션 변화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중앙 미드필더로 자주 활약한 경험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는 공을 더 자주 받을 수 있다. 감독의 요구라면 기쁜 마음으로 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퍼거슨 감독은 "말하기 어렵지만 현재로는 잠시 그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루니가 더 강한 팀과 상대할 때도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루니의 포지션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루니는 공격수로 뛸 때도 엄청난 수비가담과 기동력, 그리고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을 보였다. 갈라치전에서 루니는 포백 앞에서의 위치선정에 문제를 보였지만, 템포 조절과 적극적 몸싸움으로 커버했다. 특히 적재적소에 공급된 정확한 패스는 은퇴한 폴 스콜스의 대안으로 꼽기에 충분했다.

현재 맨유는 중앙 미드필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콜스의 은퇴 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 사미어 나스리(맨시티), 루카 모드리치(토트넘)의 영입을 노렸지만, 이렇다할 보강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초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안데르손이 부활하고, 톰 클레버리가 제 몫을 해내며 오히려 더 빠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맨시티전 패배로 맨유 중앙 미드필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팀을 상대로 현 구성은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안데르손은 다시 부진에 빠졌고, 대런 플레처와 마이클 캐릭은 노쇠했다. 스콜스의 후계자 역할을 하던 클레버리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가동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하는 것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유는 4-3-3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미드필드를 구성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미드필드가 불안하자 수비까지 영향을 미쳤다.

퍼거슨 감독은 변화에서 해법을 찾았다. 측면 자원인 박지성은 올시즌 들어 중앙 미드필더로 고정된 느낌이다. 이미 '센트럴팍'으로 불리며 중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박지성은 안정된 패싱력과 향상된 태클실력으로 퍼거슨 감독의 합격점을 받았다. 다음은 루니 차례였다. 재밌는 것은 퍼거슨 감독이 공격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로이 킨이 팀을 떠나자 공격수였던 알란 스미스(뉴캐슬)를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시킨 바 있다. 그러나 스미스는 부상과 포지션 부적응 등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루니의 포지션 변경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스미스보다는 높은 편이다. 스미스는 태클이나 몸싸움에서는 뛰어났지만, 경기전개력이나 패싱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루니는 과거부터 영리한 경기 운영과 패싱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때때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는 후방까지 내려와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곤 했다. 다만 현 맨유가 즐겨쓰는 플랫 스타일의 4-4-2 포메이션에서 루니가 얼마나 좋은 포지셔닝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변수다. 역할 분담이 확실한 4-3-3 포메이션에서와 달리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순간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기 때문이다. 루니의 공격적 성향은 수비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전 패배 후 변화를 통해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아직 강팀과의 경기에서 검증되지 않았지만, 중앙 미드필드 해법을 위한 퍼거슨 감독의 지략은 남은 시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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