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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한국시각) 열린 맨유와 갈라치와의 2011~201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눈에 띄는 전술적 실험을 했다. 주포 웨인 루니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루니의 활약에 힘입어 맨유는 2대0 승리를 거뒀다.
현재 맨유는 중앙 미드필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콜스의 은퇴 후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 사미어 나스리(맨시티), 루카 모드리치(토트넘)의 영입을 노렸지만, 이렇다할 보강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초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안데르손이 부활하고, 톰 클레버리가 제 몫을 해내며 오히려 더 빠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맨시티전 패배로 맨유 중앙 미드필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강팀을 상대로 현 구성은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안데르손은 다시 부진에 빠졌고, 대런 플레처와 마이클 캐릭은 노쇠했다. 스콜스의 후계자 역할을 하던 클레버리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가동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중앙 미드필드 라인을 구성하는 것 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유는 4-3-3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미드필드를 구성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미드필드가 불안하자 수비까지 영향을 미쳤다.
루니의 포지션 변경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스미스보다는 높은 편이다. 스미스는 태클이나 몸싸움에서는 뛰어났지만, 경기전개력이나 패싱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루니는 과거부터 영리한 경기 운영과 패싱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때때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는 후방까지 내려와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곤 했다. 다만 현 맨유가 즐겨쓰는 플랫 스타일의 4-4-2 포메이션에서 루니가 얼마나 좋은 포지셔닝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변수다. 역할 분담이 확실한 4-3-3 포메이션에서와 달리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순간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기 때문이다. 루니의 공격적 성향은 수비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전 패배 후 변화를 통해 빠르게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아직 강팀과의 경기에서 검증되지 않았지만, 중앙 미드필드 해법을 위한 퍼거슨 감독의 지략은 남은 시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