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정환, 그는 중국에서도 별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0-30 12:52


29일 중국 다롄 진조우스타디움에서 열린 고별전에서 하프타임 세리머니를 펼치는 안정환. 다렌(중국)=박찬준 기자vanbasten@sportschosun.com

안정환(35·중국 다롄)은 '다롄의 별'이었다.

29일 중국 다롄 진조우스타디움은 안정환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이날 열린 장쑤와의 중국슈퍼리그 29라운드 경기는 안정환이 3년간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는 무대였다. 안정환은 용병이었지만, 다롄팬들에게는 그들의 영웅 그 이상이었다.

다롄에서 고별전을 치른 것은 안정환이 두번째다. 전 중국 국가대표 주장이었던 리밍이 처음으로 고별전을 치렀다. 그러나 안정환은 용병이었다. 다롄팬들은 추락을 거듭하던 다롄에 희망을 안겨준 안정환을 사랑했다. 고별전은 안정환이 다롄에서 얼마나 큰 별이었는지 알 수 있는 무대였다.


29일 다롄 금주체육장에서 열린 안정환 중국 고별 경기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플래카드. 다롄(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경기 시작전부터 'THANK YOU AHN' '존재감으로 빛나는 그 이름 안정환!' '안느님~! 포기를 모르는 당신의 열정!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당신의 쉼없는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등 한국어로 적힌 플래카드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다롄 구단도 안정환의 브로마이드를 관중에게 나눠주고, 전광판을 통해 안정환의 활약상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안정환을 필두로 선수들이 등장하자 장내는 '안정환'을 연호하는 구호로 뒤덮였다. 안정환도 팬들의 환호에 박수로 답했다. 경기장은 '오 필승코리아' 음악이 나오고 팬들은 함께 따라불렀다. 연습을 마치고 퇴장할때도 박수는 이어졌다.

아내 이혜원(32)씨도 남편 못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빨간 재킷, 블랙진, 그리고 선글라스로 멋을 낸 이혜원씨는 고별전에 딸 리원(7), 아들 리환(4) 남매와 함께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혜원씨가 등장하자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내 플래시와 사인 세례가 이어졌다. 팬들이 너무 몰려 공안이 정리에 나설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돼서도 사인 요청을 쉴새없이 이어졌다.

경기가 시작됐다. 주장 완장을 찬 안정환은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 꼭지점으로 경기에 나섰다. 다롄팬들은 안정환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를 보냈다. 비록 전성기처럼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무게감 있는 움직임으로 다롄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전반 30분 멋진 돌파에 이은 중거리슛이 이어졌을때는 떠나갈 듯한 함성이 진조우스타디움을 뒤덮었다. 안정환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다롄팬들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29일 중국 다롄 진조우스타디움에서 열린 고별전에서 하프타임 세리머니를 펼치는 안정환. 다렌(중국)=박찬준 기자vanbasten@sportschosun.com
하프타임은 말그대로 안정환을 위한 시간이었다. 다롄 동료들이 모두 안정환의 등번호 19번과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포옹을 하며 안정환에 감사의 뜻을 보냈다. 아내 이혜원씨, 딸 리원, 아들 리환과 함께 선 안정환은 다롄구단측에서 감사패를 받고 팬들을 향해 "다롄팬! 사랑합니다"고 인사했다. 안정환은 팬들의 사랑에 대한 답례로 축구화를 벗어주고, 그라운드 주변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보냈다. 다롄 서포터들은 홍염을 피우고 안정환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대형 통천을 펼쳤다. 안정환이 인사를 할때마다 관중들은 '안정환'을 연호하며 최고 스타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대신했다.


안정환이 보낸 3년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